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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홍문종에 준 돈이 대선에…" 朴캠프 핵심역 洪이 '뇌관'

입력
2015.04.12 18:30

당시 조직총괄본부장 맡아

洪 "본부서 성 前 회장 본적 없다"

주위선 "成, 최대격전 충청서 역할"

홍준표지사도 "친하지 않다" 불구

돈 건넨 전달자는 사실상 시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에 남긴 ‘성완종 리스트’와 육성 녹음이 여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특히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 2012년 대선자금으로 2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 정당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홍문종 2억”… 대선 정당성 논란 가능성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친박계 핵심인 홍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구체적 시점과 정황을 특정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2년) 대선 때 홍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통합하고 매일 거의 같이 움직이며 뛰고 조직을 관리하니까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나.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덧붙여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음을 시사했다. 홍 의원은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캠프의 선거조직을 책임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1원이라도 받았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성 전 의원은 대통령선거캠프 조직총괄본부에서 근무한 적이 전혀 없고 어떠한 직함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며 “저뿐 아니라 조직총괄본부에 같이 근무했던 모든 직원도 성 전 의원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전하는 당시 분위기는 홍 의원의 해명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2012년 10월25일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한 후 성 전 회장이 최대 격전지였던 충청권 조직 관리와 함께 직능분야 선거운동에서 꽤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홍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두 사람이 전국의 대선조직을 총괄했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박근혜 대선후보 선대위의 직능총괄본부장이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유 시장에게도 3억원을 건넨 것으로 명기돼 있다.

선진통일당 원내대표로 합당을 주도했던 성 전 회장은 선대위 공동부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직제상으로는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 의원보다 윗선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활동 과정에선 직간접적으로 교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도리어 우세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 상의에서 발견된 메모가 1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 상의에서 발견된 메모가 11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연합뉴스

홍준표 경남지사 엇박자 해명

성 전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경위와 정황도 상세히 공개됐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1년 홍준표가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면서 “홍준표를 잘 아는데 6월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지사의 입장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홍 지사는 당초 리스트만 공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친밀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돈을 건넨 전달자가 사실상 시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달자로 지목된 언론인 출신 윤모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하신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홍 지사의 전당대회 캠프에서 일했고, 최근까지 경남기업 부사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홍 지사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아무래도 ‘홍준표 대세론’이 있었으니까 그 쪽으로 줄을 대려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춘ㆍ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도 곤혹스런 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성 전 회장이 두 사람에게 돈을 건넨 시점으로 적시한 2006년 및 2007년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되던 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경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재계나 정치에 뜻이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양측 모두에 ‘보험’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는데 성 전 회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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