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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범으로 몰린 억울함에 극단 선택한 것"

입력
2015.04.12 19:12

사망 전날 만난 셋째 동생, "정치권에도 섭섭함 토로"

“형님은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세금이나 떼어 먹고 사기대출이나 받는 파렴치한 잡범으로 비춰지자 억울함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12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서 만난 성 전 회장의 셋째 동생 일종(52ㆍ㈔ 독도사랑운동본부 총재)씨는 형의 자살을 검찰수사와 정치권에 대한 극단적인 ‘항거’라고 표현했다.

일종씨가 성 전 회장을 마지막 만난 건 사망 전날인 9일 오후 5시 30분쯤. 그는 이날 오후 성 전 회장으로부터 “변호사를 만나고 있으니 변호사사무실 근처 카페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변호사와 상의를 끝낸 형님이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하실 말씀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약속장소에 갔다”고 말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대화는 주로 검찰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서산장학재단의 장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간간이 정치권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지만 특정인을 거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일종씨는 형님이 세금을 떼먹는 잡범으로 몰고 가는 검찰수사에 대해 극도의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형님은 수 십 년 간 기업운영과 경쟁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지만 개인치부를 위해 탈세를 하거나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며 “자신 명의의 땅 한 평 없고, 월급통장 이외 다른 통장도 없이 살았는데 망신을 당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하소연 했다”고 말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자신이 직접 장학금을 전달한 2만5,000명의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가 달리 각인됐을 것이라고 생각해 더 큰 자괴감에 빠졌다고 전했다. “형님은 그날도 학생들이 ‘장학금을 초등학교 출신의 자수성가한 기업인에게 받은 것이 아니고 파렴치한에게 받은 게 아니냐’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형님은 정치권에 대해 매우 섭섭하고 억울해 했다”며 “하지만 메모지에 거명된 정치인들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산=이준호기자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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