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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열악해 훈련 거듭해도 '막막한 해양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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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 해양경비로 바뀌고
특공대 빼내 보강했지만 부족
취약 노선 '선박공영제' 추진
예산 부족으로 전면 백지화 등
해수부 후속대책 줄줄이 표류
서해안지역의 한 해양경비안전센터는 국민안전처 출범 이후 하루 한두 차례씩 비상 시를 대비한 상황 전파 통신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자체 수색ㆍ구조 훈련도 한다. 실전 훈련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는 해양경찰청 시절과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이 센터 관계자는 “거의 매일 훈련을 하다 보니 인명 구조, 선박 화재?충돌?침수 등에 직원들의 대응능력이 일정 수준 올라갔다”면서 “그러나 인력과 경비정 등 장비 보충이 없는 상황에서 훈련 외에 상부의 지시사항까지 쏟아지니 직원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해상안전대책을 쏟아냈다. 초기 대응과 수색?구조과정에서 무능함이 드러났던 해양경찰은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안전처에서 해양 안전?경비를 담당하는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경의 수사?정보 인력을 792명에서 283명으로 줄이고 해상교통관제센터(VTS) 275명, 함정구조인력 107명, 122구조대 78명 등 현장인력 602명을 보강했다. 주요 장비 확충에도 올해만 3,01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인력과 장비 부족은 여전하다. 해경안전센터 산하 출장소에는 48시간 2교대 근무제가 흔하며 경비정이 없어 비상 시 사고해역에 접근할 수 없는 곳도 있다. 한 해경 출장소 관계자는 “안전처 출범 이후 순경을 200명 가량 뽑았다고 들었지만 일선에는 1,2명 충원될까 말까”라고 말했다. 해경안전본부 관계자는 “전국에 옛 해경파출소인 해경안전센터는 90곳, 출장소는 240곳에 이른다”며 “증원을 했다 해도 일선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특수구조단의 경우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는 특공대 인력을 빼내 충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특공대의 한 관계자는 “구조인력을 늘리는 게 우선이겠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인력을 운용하면 테러 등 상황 발생시에는 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비의 경우 대형 함정 건조 1,080억원과 VTS 운영 256억원, 노후 함정 대체 건조 1,439억원 등 대규모 사업을 제외하고 실제 연안 구조 장비 도입에는 81억원 밖에 쓰이지 않는다. 이마저도 작년 36억원에서 125% 늘어난 규모이다. 올해 예산이 3조3,124억원 규모인 안전처가 자연재해예방사업에 7,122억원, 세부적으로 소하천 정비에 2,345억원을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해경안전센터와 출장소는 연안구조장비가 부족해 경비정 1대가 40~50㎞ 거리까지 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두됐던 해경 지휘부의 전문성 결여도 여전하다. 홍익태 해경안전본부장은 경찰청에서 육상근무를 하다 작년 11월에 부임했으며 2월 승진 및 전보인사된 A 지방해경안전본부장 등 치안감과 경무관 중에서는 함정이나 파출소 경험이 전무한 사례도 있다.
해수부가 내놓은 후속대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해수부는 지난해 9월 ‘연안여객선 안전관리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올 2월엔 ‘연안여객선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지난 1년 간 후속대책 마련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흐지부지 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상당수 대책이 국회 통과 지연으로 빨라야 올 하반기나 돼야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낙도 보조 항로 26개와 취약 항로 4개 등 30개 항로에 대해 정부가 직접 노선을 운항하는 ‘선박공영제’ 도입 추진이다. 현재 정부는 낙도 보조 항로에 투입되는 여객선의 운항을 여객선사에 위탁하고 있는데, 적자운영으로 인한 업체의 손실을 메우는데 연간 약 1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구조적으로 열악한 선사의 경영 여건이 안전관리 소홀, 선박 노후화, 선원 고령화 등으로 이어져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사고를 불러왔다고 보고 직접 노선 운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이달 초 결국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제도 도입에 필요한 약 200억~300억원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객선이 필요한 곳에는 공공선을 띄워 국가가 직접 안전을 챙기겠다”던 당시 이주영 전 장관의 발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선박 현대화를 위해 선사가 새 여객선을 구입할 때 필요한 자금 일부를 정부가 연 2% 안팎의 낮은 이자로 빌려주고 선사는 운항 수익으로 매년 원금을 갚도록 하는 ‘선박공동투자제’ 도입 역시 물거품이 됐다. 해수부가 올해 1,000억원 등 5년간 5,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며 1원도 반영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대책이 빨라야 올 하반기에나 시작된다. 세월호 사고 당시 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소속돼 과적 및 부실한 고박에 대해 제대로 관리 및 감독을 하지 못한 운항관리자의 경우, 올 7월이나 돼야 공공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 이관을 완료한다. 그간 한국선급이 독점해온 선박 검사 업무를 외국선급에도 개방한다는 계획은 현재 관련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으로 연말이나 돼야 첫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안전교육 및 홍보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대국민체험시설 건립은 연말쯤에야 설계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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