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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완구 총리, 이래 가지고 직무 수행할 수 있나

입력
2015.04.14 17:09

이완구 국무총리는 취임 한 달 즈음인 지난달 12일 발표한‘부정부패 관련 담화문’에서 “부정부패 척결이야말로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최우선 책무이며, 우리나라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과제”라고 말했다. 부패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그랬던 이 총리가 불법 선거자금 수수 혐의로 검찰의 부패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자신이 쏟아낸 말의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직을 내려놓고 검찰수사에 임하는 게 옳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월 충남 부여ㆍ청양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이 총리에게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다. 어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인터뷰에서 “지난번 재ㆍ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에 가서 이 양반(이 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왔다”고 밝혔다. 이 총리야말로 “사정(司正) 대상 1호”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죽기를 작정한 상태에서 분에 받쳐 토로한 얘기라고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내용이다.

물론 이 총리는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어제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원들로부터 당시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을 받고 “선거 때는 많은 사람이 오고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잦은 말 바꾸기와 미심쩍은 부인으로 이미 상당히 신뢰를 잃었다. 성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동향 출신의 현역 의원이라는 점 외에는 특별한 개인적 관계는 없다”고 말해 왔지만 그와 자리를 함께 한 사진이 여럿이다. 개인적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성 전 회장측은 DJP(김대중 김종필 연합)시절부터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태안 군의회 관계자들에게 15차례나 다급한 전화를 했다는 사실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어제 이 문제를 놓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 탓인지 이 총리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선에 그쳤다. 이 총리도 자신부터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가 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아무리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쳐도 무혐의 결과가 나올 경우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 트라우마가 극심한데 또 총리가 비리 문제로 낙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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