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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 직무연장 무의미, 박 대통령 결단이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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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국정 전반으로 퍼져나가면서 국정 마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문의 끝이 어디일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상황에서 야당의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여당의 맞불 놓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파문이 내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에까지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리란 동물적 정치감각이 여야 모두를 움직이고 있다. 국회가 온통 이 문제에 매달리는 바람에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비롯한 주요 의안의 심의가 기약 없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불법자금 수수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떠오른 이완구 총리는 연일 제기되는 의혹을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대통령을 보필해 국정을 총괄할 처지가 이미 아니다. 이에 따라 행정부도 일상업무에 매달려 있을 뿐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시급한 정책 개발과 추진에 나설 기력이 없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국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 사실상의 국정 공백이 찾아올 가능성까지 있다.
어제로 사흘째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은 이 총리를 집중 겨냥했다.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시점(2013년 4월4일 오후 4시30분)과 장소(부여 선거사무소), 전달 수단(비타500 박스)까지 구체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야당의 끈질긴 질의와 퇴진 공세에도 이 총리는 한사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4월4일 오후는 “선거등록을 마치고 부여사무소에 들렀더니 기자들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정황을 들어 성 전 회장과 둘만 있는 자리에 현금이 든 박스를 놓고 왔다는 증언을 반박했다. 전날 이미 “돈을 받았다면 목숨을 버리겠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는 어제도 “메모나 일방적 주장만으로는 사퇴할 수 없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이에 야당은 탄핵소추 카드를 만지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어제 각각 공식회의석상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 총리의 자진사퇴 요구와 함께 검찰의 독립적 수사를 위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 정지를 촉구했다.
총리로서의 권위를 잃어 형식적 직무연장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자 국민의 눈길은 일제히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아직 애매한 자세다. 박 대통령은 어제 이번 파문과 관련,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여권 핵심인사 8명의 이름이 실렸다는 점에서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함께 언급해 문제 흐리기 인상을 남겼다. 국정의 공백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살을 깎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그래야 국정의 방향타를 다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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