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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나 몰라라 장관들, 비난 일자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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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정부질문 대리 참석시키거나
전날 일정 급조 부랴부랴 추모
복지.고용부 장관은 끝까지 모르쇠
국민들 "아이들한테 뭐라 말해 줄지"
대부분의 세월호 참사 관계부처 장관들이 16일 1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사실이 알려져(본보 15일자 ▶ 바로가기) 비판 여론이 거세자 일부 장관들이 뒤늦게 추모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뒷북’에다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15일 각 부처에 따르면 교육부는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황우여 장관 대신 김재춘 차관을 대신 참석하게 해 달라고 국회에 승인 요청했다”며 “국회에서 승인하면 황 장관은 경기 안산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논란이 커진 뒤에야 국회에 대리 참석 승인을 요청했으면서도 “황 장관은 당초 16일에 안산에 가려고 했는데 국회 눈치를 봐야 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 동행하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15일 오후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들이 안치된 인천가족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유가족과 면담했다. 이 일정 역시 당일 오전 급하게 결정돼 행자부 대변인실조차 정 장관이 추모 일정을 마칠 때까지 방문 사실을 몰랐다. 행자부 대변인실은 뒤늦게 “공식적으로 예정돼 있던 것이 아니어서 오늘 조용히 다녀왔다”고 해명했지만, 인천시는 이미 정 장관의 방문 사실을 공개한 상황이었다. 당초 국민안전처 주관 ‘국민안전 다짐대회’에만 참석하기로 했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오후 인천가족공원 추모 일정을 잡았다. 국토부 대변인실은 “추모 일정이 있었는데 대변인실에서 파악하지 못했다” “장관들끼리 역할을 나눠 추모하기로 했는데 확정이 안 돼 공개하지 않았다” “추모는 경건한 것인데 언론에 알리는 것은 홍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숨겼다”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늘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오후 2시 보건복지부, 교육부, 행자부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을 불러 ‘세월호 1주기 관련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추모행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및 준비 상황, 피해자 지원책 등을 점검했다. 그러나 이 회의 역시 전날 급히 결정돼 장관들은 원래 일정을 바꿔 참석했다.
끝까지 추모행사를 외면한 장관들도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으로 추모행사에 참석할 수 없음에도 15일 국립재활원 방문을 강행했고, 역시 대정부 질문에 참석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경남 창원 기계공고를 방문했다.
이런 대다수 장관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중3, 중1 자녀를 둔 주부 오모(39ㆍ서울 잠실동)씨는 “외국에서 오히려 세월호를 애도하며 잊지 말자고 추모하고 있는데 장관들이 추모 의식조차 하지 않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아이들한테도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장관들의 추모행사 불참을 보도한 본보 기사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만 1만2,000여개의 댓글이 달려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아이디 sass****)은 “진상규명, 보상금, 이념 등을 다 떠나 너무 가슴 아프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애도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 아닐까요”라며 “장관들은 유가족과의 갈등이 없었다면 추모식에서 ‘눈물쇼’를 하며 사진 찍었을 양반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영이*)은 “집안에 초상이 났는데 대통령은 남의 집 잔치에 간다. 부끄럽다”고 비판했고, 한 네티즌(소나*)은 “작년 참사 이후 전국민이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이 나라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모두 ‘나 몰라’라 한다”고 비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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