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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바뀌면 말바꾸기… 의혹 키우는 '카멜레온 이완구'

입력
2015.04.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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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친소관계 부인하다 출판기념회 사진 등 나오자

"자주 만나지만 깊은 사이 아니다"

기억 못한다던 成 前 회장 방문, "인사는 했지만 독대는 안해"

檢 수사 후 접촉 여부도 뒤늦게 시인

이완구 총리가 15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자 취재진이 이 총리를 둘러싸고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이완구 총리가 15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자 취재진이 이 총리를 둘러싸고 질문공세를 퍼붓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이완구 국무총리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 답변자로 나와 “만약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 다녀간 것은 기억 못한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5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하면서는 2013년 충남 부여ㆍ청양 재선거 후보등록일인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과 만난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성 전 회장이 당시 음료수 상자에 담긴 3,000만원을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후보 등록 첫날이어서 기자 수십명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의미 있는 날이라 (성 전 회장 등과) 인사하고 그런 사실이 있다. 하지만 기자분들이 저를 인터뷰하려고 수십명이 왔고, 정황으로 볼 때 (성 전 회장과 독대해 돈을 받았다는 건) 맞지 않다” 고 구체적 장면에서는 또다시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 총리가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 해명으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본인이 거론된 10일부터 15일까지 매일같이 달라지는 발언 때문에 이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계속 무너지는 상황이다.

성완종 친분 부인하려다 의혹 자초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 당시 1년 동안 함께 의정활동을 한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고 로비 리스트에 이 총리가 올라있다는 사실이 공개된 10일 이 총리가 총리공보실을 통해 보낸 문자다. 하지만 성 전 회장 측근들은 “두 사람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였다”고 폭로했고, 이 총리의 말이 바뀌기 시작했다.

13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자유민주연합에 제공할 당시 이 총리가 자민련 원내총무였고, 새누리당과 자민련 후신인 선진통일당이 합당할 때 성 전 회장을 충남 도당위원장으로 추천한 사람이 이 총리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 총리는 “고인과 인간적 친소관계는 없었다”고 버텼다.

15일에는 이 총리 출판기념회에서 성 전 회장과 함께 웃고 있는 사진까지 공개됐다. 나아가 두 사람이 20개월간 23번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총리는 “원내대표는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 같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났지만 본인의 선거법 문제, 개인적 문제, 속내를 얘기할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성 전 회장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말이 계속 달라졌다. 이 총리는 10일 총리 공보실을 통해 “최근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와 총리 담화가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고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수사는 총리 취임 이전부터 진행돼 온 것이라고 주변에 답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간접적으로 성 전 회장에게 말을 전했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13일 국회 답변에선 “3월 22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인과 통화했다”고 직접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해명 계속 뒤집히고 자의적 해석으로 오해 증폭

성 전 회장과의 관계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뒤집힌 경우도 있다. 이 총리는 13일 오전 “2012년 대선 당시 혈액암으로 입원해 그해 말까지 투병 중이라 (대선에) 관여를 못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전, 천안 등지에서 대선 유세를 한 사진이 제시되자 오후 답변에선 “유세장에 두 번 간 적은 있지만 실제 선거활동은 할 수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14일에는 “중앙당 선대위에는 가지 않았고 사실상 선거 활동을 못했다. (유세 한 번 한 것을) 선거 관여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자꾸 말을 바꾸면서 거짓말 논란만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10일 공개된 태안군의회 간부들과의 전화 통화 압력 행사 의혹도 이 총리는 사실관계 확인차 전화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의 돈 얘기를 캐물었다는 반박도 나왔다. 또 2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언론 외압 의혹에 사과한 적이 없다고 13일 답변했다가 당시 국민과 언론인에게 사과한다는 발언이 확인되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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