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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입력
2015.04.16 04:40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참사 현장에서 추모의식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 뒤편으로 해가 지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참사 현장에서 추모의식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 뒤편으로 해가 지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만들어온 세상이 이렇게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

신경림 시인
신경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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