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도 못한 채… 李총리 '문전박대'

"원하는 대답 한 번도 해주지 않아"

유족들, 안산 분향소 도착하자 제지

이완구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해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 방문했다 희생자 가족의 강력한 반대로 조문하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로 사면초가에 놓인 이완구 총리가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제지로 문전박대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8시45분쯤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전날 밤까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오전10시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불과 1시간여 앞둔 시점에서 급박하게 만들어진 방문이었다.

하지만 이 총리가 분향소에 도착하자 유족 20여명이 막아 섰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인양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이 총리를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련 정부 시행령이 위원회의 업무범위를 축소하고 공무원을 핵심직위에 파견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명선 4ㆍ16 가족협의회 대표는 “그 동안 정부는 가족들이 원하는 대답을 단 한 차례도 해주지 않았다”며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인양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제외하고 총리 소신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총리는 “시행령과 관련해 차관 회의를 연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고 선체 인양도 기술 태스크포스(TF)가 공식입장을 내놓은 만큼 가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될 것”이라며 “법적 절차를 거쳐 가족들의 의견이 수렴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하겠다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양파 같은 총리야, 돈 받고 국회의원 총리하냐”고 목청을 높이며 이 총리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전명선 대표는 “합동추모식이 열리는 오후2시까지 시행령안과 인양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경우 추모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며 최후 통첩으로 맞섰다. 이에 이 총리는 조문도 하지 못한 채 도착 30분 만에 발길을 국회로 돌려야 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