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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을… 그날의 약속 기억하라… 진실을 건져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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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서 4ㆍ16 약속의 밤 행사
"답답한 현실에 위로ㆍ연대 위해…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대학생ㆍ주부 등 시민 1만여명 참가
추모제 마치고 청와대 행진 시도
경찰과 격렬 대치...최루액 살포도
“진실을 인양하라!”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16일 밤 서울광장은 거대한 분향소로 변했다. 꼭 1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또 기억하기 위해 1만명이 넘는 시민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예외 없이 왼쪽 가슴엔 노란색 리본이 꽂혀 있고, 한 손엔 국화꽃이 들려 있었다.
아침부터 흩뿌리던 가랑비는 그쳤지만 쌀쌀한 날씨에도 광장에는 참가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홀로 참석한 대학생 이광윤(24)씨는 무대를 바라보며 오래도록 묵념을 했다. 이씨는 “선체 인양이나 특별법 시행령 등 어느 하나 해결되지 못한 현실이 답답하지만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에 찾았다”고 했다.
오후 7시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을 잇는 도로 옆 양쪽 인도는 물론, 플라자호텔 주변까지 추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조문을 하고 추모제에 참석하는 추모객들이 많은 까닭이다. 일부 참가자는 아예 검은색 복장을 입고 조의를 표했고, 또래의 죽음을 함께 하려 교복 차림으로 광장을 찾은 중ㆍ고교생도 상당수였다. 유가족 158명도 노란색 재킷에 삭발한 머리를 그대로 드러낸 채 무대 앞에 자리 잡았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4ㆍ16 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행사에 ‘4ㆍ16 약속의 밤’이란 이름을 붙였다. 끔찍한 참사를 단순히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실을 밝혀내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희생자들과의 약속이다. 전명선 4ㆍ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철옹성 같은 청와대로부터 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약속의 밤은 애도와 분노가 공존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보낸 1년의 기록을 담은 영상이 흐르자 참가자들의 두 손은 너나 할 것 없이 눈가로 향했다. 주부 김민경(47)씨는 “2월에 도보행진으로 팽목항에도 다녀왔지만 그 아이들을 잊을 수 없어 엄마의 마음으로 다시 왔다”며 울먹였다. 세월호 문제 해결에 동참해달라는 희생자 형제ㆍ자매와 실종자 가족들의 호소도 있었다. 가수 이승환 밴드는 ‘기다림의 끝에 네가 있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그날의 약속을 기억하자고 노래했다.
세월호 인양 퍼포먼스에선 절규가 들끓었다. 세월호 모형을 와이어에 걸어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자 참가자들은 “반드시 배를 건져내라”고 소리쳤다. 실종자 단원고 허다윤양의 아버지 흥환씨는 “울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세월호가 땅 위로 올라올 때까지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외쳤다.
차분했던 추모제 분위기는 행사를 마치고 단체 분향과 청와대 행진을 위해 유가족과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로 쏟아져 나오면서 돌변했다. 경찰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청와대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에 130개 부대, 1만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동아일보사와 동화면세점 사이 도로 및 청계광장 연결 입구에 버스 40~50대를 동원, 3.4m 높이의 차벽을 설치해 참가자들의 이동을 원천 봉쇄했다.
경찰에 밀려 종로2가 장통교ㆍ삼일교 방면까지 내려간 참가자들은 “특별법 시행령 폐기하라” “박근혜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 늦도록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경찰은 거듭된 해산명령에도 시민들이 행진을 멈추지 않자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렸고, 이에 대항해 일부 참가자는 계란을 투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경찰에 연행됐다. 한 유가족은 “경찰은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할까 두려워 인간적 도리도 못하게 가로막았다”고 맹비난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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