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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ㆍ천정배 사활 건 도전… 野 재편 태풍 될까, 미풍 그칠까

입력
2015.04.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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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국민모임' 여세로 승부수 / 천정배, 당선이후 세 결집 의지 등

19대 총선 낙선 후 서로 다른 행보, 지지자들 사이에선 평가 엇갈려

4ㆍ29 재보선 관악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28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4ㆍ29 재보선 관악을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28일 서울 관악구 난곡로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무소속 후보는 이날 지역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무소속 후보는 이날 지역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천정배, 정동영 두 거물 정치인의 도전은 임기 1년 남짓의 국회의원 4명을 뽑는 4ㆍ29 재보선의 내포를 확장시켰다. 야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던 광주 서을, 서울 관악을에 두 사람이 한꺼번에 도전장을 내면서 두 선거구는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천정배 후보는 조영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제치고 줄곧 선두를 달렸고, 정동영 후보도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와 치열한 3파전을 펼치면서 판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두 거물의 도전이 성공하면 야권은 심각한 후폭풍에 빠질 수 있지만 실패로 끝난다면 야권 분열 책임론에 정치 생명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승패를 떠나 두 후보의 등장은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호남 정치의 복원’(천정배), ‘제1 야당을 대체하는 정치 세력화’(정동영)를 기치로 내건 두 사람은 친정이나 마찬가지인 새정치연합을 향해 칼을 겨눴고,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후보들은 이들의 공격을 막느라 대여전에 화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특히 당 대표 취임 후 국회의원 선거 데뷔전을 치른 문 대표는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호남 민심 끌어안기’라는 과제를 떠안아 애를 먹기도 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의 전신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강남을(정동영)과 송파을(천정배)에 나란히 출마했다 낙선한 두 사람은 그 동안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천 후보는 낙선 후 광주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아 변호사 사무실을 연 데 이어 작년 7ㆍ30재보선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출마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반면 정 후보는 진보 진영이 개최하는 각종 집회 현장에 꾸준히 참석하는 등 외곽을 돌다 총선을 앞두고 진보 성향의 시민 사회 단체 등과 함께 ‘국민모임’을 만들었다.

두 거물의 이번 도전은 그러나 야권 재편의 포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야권 인사는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을 목표로 야권 재편을 추진했지만 추진 방식과 지향점이 달랐다”며 “천 후보는 총선 당선 후 세를 모아 창당을 추진하려 한 반면 정 후보는 창당의 여세를 몰아 재보선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천 후보는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남을 기반으로 개혁적 정치 신인들을 발굴해 키워보는 데 관심이 많은 반면 정 후보는 자신을 대표 선수로 새정치연합을 대신할 세력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한 때 두 사람이 손 잡고 총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고, 실제 정 후보는 천 후보에게 러브콜을 계속 보냈지만 천 후보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두 사람의 출마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광주나 관악을의 야권 지지자들 중에도 두 후보를 통해 새정치연합이나 문재인 대표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내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 등 더 큰 전투를 감안하면 의미 있는 출마였다”고 평가했다. 반면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새누리당만 반사 이익을 얻으면 야권 전체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싸움을 끌고 갈 힘을 잃게 된다”며 “야권 전체를 공멸에 빠뜨린 원인 제공자로 낙인 찍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보선 후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선 될 경우 두 사람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과 야권 재편 싸움을 크게 벌일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낙선한다면 야권 재편이나 새정치연합에 대한 견제는 동력을 잃게 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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