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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개운치 않은 국정원 정보 공개

입력
2015.05.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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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러 취소 직전까지 헛발질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에 찬물 우려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의 북한 정보 취급방식을 두고 개운치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3월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취임 후 북한 권력 상층부와 관련된 국정원의 분석과 보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일선 외교안보부처와의 호흡 미비, 정보망 노출 가능성, 대북정책 엇박자 등의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13일 국회 정보위 긴급 현안보고에서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숙청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군부 서열 2위 인물이 고위 군 간부들 수백명 앞에서 고사총으로 총살됐다는 첩보까지 보고됐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국정원은 최근 북한 주요 간부 15명 이상의 숙청, 처형 사실을 공개하며 김정은 체제의 허약성을 적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병호 원장 취임 후 시작된 국정원의 대북 정보전 드라이브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국정원은 권력기관이 아닌 순수한 안보 전문 국가정보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댓글, 간첩조작 사건 등의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실제 취임 후 북한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1차장실 산하 조직의 기능과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이명박정부 때 폐지됐던 국정원 대북전략국도 현 정부 들어 부활한 상태다. 한 정보관계자는 “이 원장 취임 이후 해외에서도 북한 관련 정보 수집이 강조되고 있고, 조직 전체도 대외에 노출되거나 가볍게 보이는 일은 피하며 진중하게 정보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선 안보부처와 손발이 맞지 않는 대목도 있다. 현영철 숙청 정보는 12일 밤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부처에도 전달됐지만 군과 정부 최고위급 인사들만 공유해 일선의 분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국정원과 부처 간 북한 정보 교류가 원활치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이 북한 관련 첩보 수준 내용을 고급 정보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국정원의 헛발질도 나왔다. 북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취소되기 직전까지도 국정원은 김정은 방러 가능성을 언급하며 군불을 지피다 망신을 샀다.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세세한 북한 정보 공개가 정보망 누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정원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의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박근혜정부 3년차를 맞아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정부 당국이 아직 충분히 검증이 끝나지도 않은 현영철 공개처형 사실을 언급해 갑자기 언론의 관심을 끄는 정치적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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