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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노인을 위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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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늙는다. 더 오래 살게 된다. 가난한 장수는 재앙이다. 임금은 깎일 거다. 연금뿐이다. 청년이 부담해야 하나. 중과부적이다. 제 삶조차 버티기 버겁다. 답은 노인을 위한 나라다.
“다른 국가의 공적연금제도와 마찬가지로 우리 공무원연금제도 또한 초기단계에는 연금수급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수지균형을 위한 노력이나 보험료 부담을 소홀히 했다. 이런 국가의 안일한 공무원재정 운용 및 부담 소홀로 지금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연금급여 누적액 즉 잠재적 연금부채가 2015년 현재 무려 524조원이나 된다. 이것이 바로 현재 공무원연금 재정문제의 본질이다. (…) 이번 여야 합의문에서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확대한 것이다. (…) 국제기준으로 우리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은 외국의 기초연금 급여수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은 것이다. 이마저 40년간 보험료를 냈을 때 가능한 급여이기 때문에 실제 추정되는 평균가입기간 24년으로 따져보면 소득대체율은 19%에 불과하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연금문제에서 우선 걱정해야 할 것은 미래세대의 부담 과중보다는 미래에 발생할 대규모 노인 빈곤사태다. (…) 청년과 노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지금 청년이 결국 나이 들면 노인이 된다. 미래에도 노인 빈곤이 대규모로 없어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면 지금 청년들은 이 사회에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우리만치 사회경제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영구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여야와 이해당사자들의 대타협인 이번 공무원연금개혁방안은 미흡하더라도 존중해서 국회가 법안으로 전환해 시행에 나서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여야 합의 존중하라(한국일보 ‘특별기고’ㆍ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전문 보기
“65살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5년 30.0%에서 지난해 31.9%로 더 높아졌다. 2013년 노인빈곤율(중위 소득의 50% 이하)은 48%에 이르고, 65살 이상 노인 10만명 가운데 64.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앞으로도 노인 빈곤은 심각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65살 노인 인구 비율은 2013년 12.2%에서 2030년 24.3%, 2040년에는 32.3%로 올라간다. 겨우 용돈 수준을 받는 지금의 국민연금으로는 이들의 생활을 제대로 지탱하기 어렵다. 게다가 심각한 ‘저출산’은 노인 부양 부담이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 (…)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노인 빈곤은 당사자들의 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경제를 내수부진의 더 깊은 늪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가난한 이들끼리 치열하게 일자리를 다투면서 임금 수준을 더 끌어내릴 것이다. 공적연금제도 강화와 보육·교육에서 공공의 구실을 키우지 않고는 이런 악순환을 벗기 어렵다. 이제는 근면ㆍ성실을 앞세워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고, 수출대기업에 각종 보조금을 집중하는 힘센 정부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필요한 손길을 펼치는 섬세한 정부라야 경제성장도 이끌 수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여야 합의를 단칼에 베어버린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그래서 절망적이다.”
-박 대통령이 깊은 산에 내다버린 것(한겨레 ‘편집국에서’ㆍ정남구 경제부장) ☞ 전문 보기
더러 정치는 졸속을 부른다. 기금 유출 재앙은 고려됐을까. 뒷감당은 감언에 속은 국민 몫.
“이 시대에 호란행하는 일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국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논쟁은 참 호란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랬더니 나온 결과가 국민연금과의 연계다. (…) 소득대체율 50%를 부칙에 박네 마네 하며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이 논란을 더하다 보니 뭐가 옳고 어디가 그른지 알 길이 없다. 갈지자 걸음에 어지럽다. (…)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그 기초를 놓는데도 전문가들의 오랜 정지작업이 있었는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못 박고 시작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 돌아보기 바란다. 결론에 맞춰 세부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식이 아닌가. 수 천만 국민이 이해당사자다. 수치의 타당성, 여론 수렴은 아니라 할지라도 전문가 의견이라는 절차 문제를 제쳐놓고 국가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싶다. (…) 논의의 절차가 있어야 최초 국민연금이 출범할 때처럼 70%로 하든, 50%로 하든, 그 이하든 결정에 납득이 갈 것이다. (…) 이런 호란행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야당 협조 없이 법 하나 제대로 통과시킬 수 없는 의회 구조가 낳은 소동이라는 얘기다. (…) 별개의 사안을 갖다 붙이는 연계는 야당의 오랜 국회 전략이다. (…) 여당이 머릿수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시절에는 그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사정이 달라진 지금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옛날 방식을 되풀이하면 답이 없다. (…) 사안의 성격도 그러하거니와 절차까지 무시하는 일을 연계 방편으로 삼는 것이 지금 야당의 권리가 될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까지 위태롭게 하는 호란행이다.”
-호란행(胡亂行) 정국(한국일보 ‘편집국에서’ㆍ정진황 기획취재부장) ☞ 전문 보기
“정치권의 물타기 신공(神功)이 득도의 경지다. 공무원연금을 수술하겠다더니 정작 배가 갈린 채 드러누운 건 국민연금이다. (…) 월급 100만원을 받아온 사람에게 훗날 연금으로 40만원이 아니라 50만원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더욱이 야당은 지금 내야 할 보험료도 1%포인트만 올리면 된다고 속삭인다. (…) 과연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간단한 일일까. 국민연금 기금은 올해 5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 추세라면 28년 후인 2043년엔 2561조원으로 불어난다. (…) 1500조원이면 국내 증시 주식을 몽땅 사고도 남는다. 국내 채권을 싹쓸이하는 데도 1650조원이면 족하다. 국내 금융시장이 5배 이상 커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은 앞으로 28년 동안 주식ㆍ채권ㆍ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일 ‘블랙홀’이 될 거란 얘기다. 그러다 2044년부턴 거꾸로 17년 대홍수가 닥친다. 국민연금이 노령연금을 지급하자면 보유 자산을 팔아야 한다. 국민연금이 한껏 빨아들인 주식ㆍ채권ㆍ부동산을 한꺼번에 토해내면 시장은 초토화된다. 상상조차 끔찍한 대재앙을 피할 길은 외통수다. 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춰 충격을 분산시켜야 한다. 야당 주장대로 찔끔 더 내고 왕창 더 받는 방식으로 바꾸면 기금 고갈 시기만 앞당겨 재앙을 재촉할 뿐이다. (…) 솟아날 구멍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앞으로 28년 동안은 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돈을 잘 굴려야 한다.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을 5년은 늦출 수 있다. 한데 현재 국민연금의 운용 체계는 기금이 30조원이었던 1998년 그대로다. (…) 정부나 국회도 심각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에서 떼어내 공사(公社)로 독립시키자는 안도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50%’란 덫에 걸려 기금 운용 체계 개혁은 실종됐다.”
-2500조 시한폭탄 될 국민연금(중앙일보 ‘정경민의 시시각각’ㆍ경제부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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