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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확성기 중단" 南 "원칙 없는 양보 없다" 판문점 심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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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질 땐 '强 대 强' 구도 악화
막판 극적 타협 가능성도 솔솔
확성기 방송 중단 바로 수용보다는
추가 군사회담 '조건부 중단카드'를
"北 지뢰 도발 직접 인정 않더라도
유감 표명할 여지 있다" 관측
무박 3일째 마라톤 협상이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은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이 최근 한반도 군사긴장의 원인 여부와 상관없이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우리 정부도 막무가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양측 모두 ‘강 대 강’ 대결 구도만은 피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밝혀 협상은 지속될 수 있었다.
“도발 인정과 사과” 對 “확성기 중단”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 재발방지 등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만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북측이 먼저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내세워 대화 제의를 해왔을 때도 북한 군부 1인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응하겠다고 역제안을 하면서 ‘유화적 국면 전환에 편승해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에 맞서 북측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고조의 원인을 대북심리전 방송 재개로 돌리면서 우리 측에 즉각적인 중단과 확성기 철거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고위급접촉 이전부터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뺌해 왔다. 대북 심리전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판단하는 북측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부터 ‘방송 중단’이라는 특명을 받고 대화의 장에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장의 팽팽한 입장은 양측의 고민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 입장에서는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남측 대표단 입장에서는 ‘또다시 원칙 없는 양보를 할 수 없다’는 경험칙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은 분명히 어렵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북측이 심리전 방송 중단이라는 목표를 확보하기 위해 끈질기게 협상에 매달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북측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외면한 채 협상 테이블을 먼저 차고 나올 수도 없는 입장이다.
‘주체 없는 사과’ 등 묘수풀이 골머리
협상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노정이었다. 실무협상을 통해 의제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측의 제안으로 갑작스럽게 마련된 장이었기 때문에 최고위급이 마주하긴 했지만 원인 분석에서부터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때문에 협상장에서는 갖은 묘수풀이가 나왔다. 특히 북측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최근 도발에 대해 솔직한 인정은 하지 않더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얻어내기 위해 양보안을 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주체는 생략한 채 '군사분계선에서의 최근 상황'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유감 표명을 할 여지는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경우 "도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면서 원칙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가 명확한 주체표현이 없는 유감을 수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난제인 지뢰 도발에 대한 해법은 일단 미룬 뒤 북측은 전방지역에 대한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우리 정부는 대북 심리전 방송을 단기적으로 중단하면서 일단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 고위급접촉 일정을 잡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경우 북측의 요구를 바로 들어주기 보다는, 추가적 군사 회담을 제의하고 이 채널이 유지되는 기간만큼은 당분간 자제하겠다는 조건부 중단 카드인 셈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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