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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주민들 피로 누적에도 희소식 기대

입력
2015.08.24 18:29

290여명 닷새째 대피소 생활

서해 5도 조업은 계속 전면 통제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따른 남북 고위급접촉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접경지역 대피 주민들은 큰 불안 없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피 주민들은 체력이 바닥난데다 농사일을 제대로 못 하는 답답함에 빠른 일상 복귀를 바라면서도 이번 접촉에 좋은 성과가 나온다면 불편은 참을 수 있단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ㆍ강원지역 주민 290여 명은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째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김포시 조강ㆍ용강리 주민과 인천 강화군 교동면 주민들은 23일 오후~24일 오전 귀가했다.

대피 주민 가운데 연천군 중면(삼곶ㆍ횡산리) 주민 56명과 파주 통일촌ㆍ해마루촌ㆍ대성동 주민 35명 등 90여 명은 길어지는 대피소 생활에 정신ㆍ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다.

특히 전국 접경지역 주민들 가운데 유일하게 20~24일(21일 제외) 밤샘 대피를 한 중면 주민들의 피로감은 심각하다. 삼곶리 주민 이모(68)씨는 “지병(당뇨)이 있는 아내는 시멘트 바닥인 대피소 생활이 힘들어 집에 누워 있다”며 “대피소 생활이 처음은 아니지만 힘들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러나 힘든 환경에도 남북 고위급접촉의 좋은 결과를 기대하며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용호 삼곶리 이장은 “주민들이 대부분 고령인 점이 걸리지만 좋은 결과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잘 참아내고 있다”고 말했고, 주민 권모(55)씨는 “주민들 모두가 대피훈련 때 방독면 쓰는 방법 같이 비상상황 발생 후 행동요령 등을 나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 5도 조업은 나흘째 전면 통제되면서 9월 꽃게 조업에 지장을 줄까 우려하면서도 차분함은 잃지 않았다. 박태원(55) 연평도 어촌계장은 “누구 하나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으면서 섬 분위기는 조용하기만 하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 2척 중 1척이 남북 대치 상황에 따른 이용객 감소로 휴항하기도 했으나 이 여객선을 제외한 인천~서해 섬을 잇는 11개 다른 항로는 모두 정상 운항됐다.

강원 화천군은 상서면 마현리와 산양리, 신읍리 주민 200여 명의 피로감이 누적됨에 따라 24일 오후 일단 귀가조치했다. 철원군은 사태 장기화로 주민들의 생계인 농사를 망치지 않도록 이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출입 통제를 해제, 평상시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siamhj@hankookilbo.com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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