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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깨기엔…" 엉덩이 무거웠던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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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자리 박차던 구습 탈피
김정은 '확성기 중단' 특명 내렸지만
정부 강경한 입장 유지하자 난감
'최후의 카드' 꺼내 후퇴 힘들었을 듯
과거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회담 테이블을 박차고 일방적으로 자리를 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 대표단은 “엉덩이가 무겁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회담장을 끈질기게 지켰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북 확성기 중단 조치를 얻어오라는 최고 권력자의 특명을 관철시키기 위한 버티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동시에 대화 이외에 추가 도발 위협으로는 더 이상 우리 정부를 움직일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다는 얘기다.
24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북한 대표단은 최고 존엄을 모독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대화에 나섰다. 북한이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것도 방증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지뢰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책 없이는 확성기 방송 중단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 대표단이 아무런 성의 표시 없이 이를 얻어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 돼버렸다.
더구나 이번 접촉은 남북한 정상의 최 측근 실세들을 내세운 대리전 성격이 큰 만큼 북한도 기싸움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회담에 임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북한 대표단으로선 먼저 자리를 뜰 경우 기싸움에서 밀리는 모양새가 돼 버리는 셈이었다.
북한이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것 자체가 최후의 카드라서 물러설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북한과 다수의 회담에 참여했던 한 정부 당국자는 “당장 회담장을 떠나는 순간, 자기들이 뱉어 놓은 준 전시상태에 걸맞은 도발을 또 준비해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이를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상황” 이라고 분석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부러 지연 전술로 이번 회담 국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있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번 회담 테이블을 사실상 무력화시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총론적 합의로 상황을 일단락 시키고 나서 추가 군사적 회담 개최까지 조건부로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이끌어내면 북한으로선 일정 부분 목적은 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심리전을 재개할 명분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회담 테이블을 유지하는 한, 중국이나 미국으로부터 도발에 대한 책임과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기대도 했을 수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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