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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하루 만에 선뜻 수용 이례적… 5·24 해제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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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화 의지 따른 변화인 듯
"남북 신뢰구축 첫 단추" 긍정적 평가
양보 대가로 요구사항 들이밀 수도
장거리 로켓 발사 무력시위도 변수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의를 하루 만에 전격 수용하면서 8ㆍ25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 이후 남북관계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남북간 신뢰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반면, 금강산 관광 재개와 5ㆍ24 제재조치 해제를 노린 북한의 반대급부 노림수라는 신중론이 엇갈려 전망은 아직 유동적이다.
北 이례적 맞장구, 무엇을 노렸나
북한은 그 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이었다. 상봉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와 달리 아쉬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북한은 2013년 9월 상봉에 합의하고도 행사 나흘 전에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전례도 있다. 지난해 2월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도 북측은 실무접촉 과정에서 시간을 끌며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식으로 까다롭게 굴었다.
따라서 이번처럼 북한이 우리측 제의에 선뜻 응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부전선 포격 도발 이후 군사 대결로는 얻을 것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올 하반기에는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태도 변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앞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28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며 남북대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북한의 행태와 비교할 때 진정성 있는 변화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 5ㆍ24 제재조치 해제를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 수순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부가 요구하는 이산상봉 정례화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시간을 끌 수도 있다. 자신들이 상봉 행사 개최를 선뜻 양보했으니 우리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라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30일 “북한이 우리측 제안에 신속히 응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청신호”라며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에 성의 있게 임하기 위해서는 반대급부가 필요하다며 역으로 요구사항을 들이밀 경우 남북관계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 전후 무력시위는 변수
이산상봉 행사는 실무접촉 이후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 전후가 유력하다. 김정은 체제 과시를 위해 장거리로켓 발사 등 북한의 무력시위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북한은 이미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장거리로켓 발사와 이산상봉이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의 대화 기조와 남북관계 전반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게 된다. 더구나 비핵화 해법에도 진전이 없어 국제사회도 북한에 냉담한 상황이다. 이산상봉에 이어 당국자회담이 시작되더라도 정부가 금강산 관광이나 5ㆍ24조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도다. 이를 빌미로 북한이 언제 다시 몽니를 부리며 반발할지 모를 일이다. 이 경우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될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정황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9ㆍ3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한중 정상이 북한 비핵화 및 장거리로켓 발사 문제를 논의하고 내달 말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를 다루는 점도 북한에겐 부담일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당분간 대화에 나서겠지만 확실한 성과로 큰 물줄기를 내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이럴 경우 북한은 모든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며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또다시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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