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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게임' 이산상봉 합의는 했는데…

입력
2015.09.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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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속도조절론·北 도발 가능성 여전

8·25 합의 다른 의제 논의 '본게임'

"이달 고위당국자회담 필요"목소리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가 가동에 들어간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센터 상담 요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추진센터가 가동에 들어간 1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센터 상담 요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이 8ㆍ25 합의의 리트머스 시험지와도 같았던 이산가족 상봉행사 일정에 합의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첫 고비는 넘어섰다. 이제는 이산가족 행사 준비와 함께 당국회담 개최 및 민간교류 활성화 같은 8ㆍ25 합의 다른 의제 이행에도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남북대화 ‘속도조절론’ 기조와 북한의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계기 군사 도발 가능성이라는 암초도 여전해 앞날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8일 끝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은 적십자사 모자를 쓰고 진행되긴 했으나 실제로는 남북 당국회담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남측 수석대표는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 타이틀을 단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이었고, 북측 수석대표 역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참사 박용일이 조선적십자회중앙위원회 중앙위원 직위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용일의 경우 노동당 통일전선부 소속 간부로 알려진 대남 회담일꾼이어서 ‘무박 2일’ 마라톤협상은 사실상 통일부, 통일전선부 간 ‘통-통 라인’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다. 실제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 회담장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며 대표단에 훈령을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처음부터 남북대화 기선 잡기를 시도했다. 북한에 ‘이산가족 협의에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향후 대화 기조를 결정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했던 것이다. 8ㆍ25 합의 직후인 지난달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당면 과제로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 회담에서도 과거 이산가족 상봉 일정과 규모 등만을 논의하던 남북 적십자 접촉 관례와 달리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의제로 24시간 내내 북한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남북 국장급 수석대표가, 인도주의 현안을 논의하는 적십자 접촉에서 합의할 수 있는 재량권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10월 20~26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후 11월 초쯤 적십자 본회담을 갖는 선에서 일단 물러섰다.

관건은 8ㆍ25 합의 1항이었던 당국회담 개최 시기다. 당시 남북은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군사, 경제 분야 등 다른 분야 대화로 이어가기 위해서도 고위급 당국회담 물꼬 트기는 필수적이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사실상 10월 초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의지를 굳힌 상태인 만큼 9월 중순쯤 남북 고위급 당국자 회담을 열어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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