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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과 균형 잡힌 협력이 통일 지름길… 北의 개방도 주의 깊게 살펴야"

입력
2015.09.0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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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자(劉佳)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연구원 9일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해상 실크로드) 전략 안에 남북한을 모두 끌어안아 ‘한반도 균형 전략의 신질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에 대해선 “일방향 외교를 뛰어넘고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등 준비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군사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_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올랐던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박근혜 대통령이 섰다. 동북아 정세의 변화, 신외교의 서막이란 평가도 있다.

“날로 가까워지고 있는 한중 관계의 또 하나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번에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정상급 외빈은 모두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그리고 중국은 남북한 모두를 초청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중국은 현재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중국과 주변국 사이에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변국과 경제적 협력을 통해서 공동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일대일로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하고 실크로드기금을 설립한 것은 이를 위한 중요한 조치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도 이러한 큰 구도 안에 있다. 한반도와 교통망을 연결함으로써 장기적 평화와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중국의 중요한 목표다. 중국의 일대일로 안에 북한이 들어온다면 중국의 한반도 신질서 구축에 있어서 최상책이 될 것이다. 북한이 합류하지 않더라도 한중 관계가 심화되는 것은 중국과 한반도 안정에 이로운 일이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최근 북중 국경 지역을 방문한 데 이어 열병식에 남북한 모두를 초청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신 한반도 균형 전략을 그대로 보여준다.”

_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열병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실익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세계로 나가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 서방 국가, 특히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원한다. 만약 열병식 참석이 김 위원장에게 AIIB 입장권을 줄 수 있었다면 그도 참석을 고려했을 것이다. 열병식이 서방 국가들의 호응을 얻어 국제적 잔치가 됐다면 그도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은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중국이 핵 문제로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에게는 결코 즐거운 여정이 될 수 없었다.”

_박 대통령은 최근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통일에는 적잖은 난제가 놓여있다. 먼저 한국이 미ㆍ일ㆍ중ㆍ러와 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지가 관건이다. 통일 한국과 중국 사이엔 국경 문제도 숨어 있다. 백두산 일대의 영토 분쟁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북한 내 러시아 이익을 어떻게 처리할 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일 한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다. 더구나 통일 후 한국은 경제가 중등 국가 규모로 성장하고 인구도 1억명에 가까운 강국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통일 한국이 어디로 갈 지에 대해 미중일러는 모두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핵을 통일 한국에서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건이다.”

_한국이 통일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은.

“첫째 한국은 일방향 외교를 뛰어넘어 균형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주변 강대국과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은 한국의 중요성을 제고시킬 것이다. 둘째 한국이 통일에 웅대한 뜻이 있다면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맺은 양자 협력이나 조약 등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주한미군이 휴전선을 넘게 될 지도 관심사다. 이러한 문제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 및 러시아의 태도와 직접 관련된다. 셋째 한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와 국내법 등을 바꿀 필요도 있다. 오직 압박을 통해 북한이 변하기만 기다릴 순 없다. 북한 내 정변이 단기간 내에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립된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만 지속시킬 것이며 한반도의 경제 통합에 도움이 될 게 없다. 북한은 현재 성과는 적지만 끊임없이 대외 개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신장개업 상점이나 마찬가지지만 결국 손님들은 올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북한의 노력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류자 연구원은 중국 국무원 직속 싱크탱크이자 중국 최대 규모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 소속으로 중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이자 유명 인터넷 논객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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