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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핵심쟁점 '국가의 법적 책임' 인정 우회로 찾나

입력
2015.1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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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은 28일 서울에서 외교부 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담판 협상을 갖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한일 양국은 28일 서울에서 외교부 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담판 협상을 갖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의모습.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한일 양국이 28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장관 회담을 갖지만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협상 성패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7일 열린 국장급 사전 협의에서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정부는 ‘창의적 대안’을 모색 중이지만 일본 측이 내용과 형식 면에서 얼마나 책임을 인정하고 성의를 표시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위안부 법적 책임 인정 여부가 핵심

일본군 위안부 해법에서 양측이 가장 맞선 대목은 일본의 국가적 책임 인정 여부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반 인도적 불법 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혀왔다. 일본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자행한 범죄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27일 국장급 협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청구권 협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화가 없으며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윤 장관이 한일 사전 협의 전부터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 문제에서 확실한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정부는 이날 협의에서도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1992년 가토 관방장관 담화, 93년 고노 관방장관 담화 등을 통해 종군 위안부 문제의 불법성을 인정한 바 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난해 4월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고노 담화를 계승하며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를 감안할 때 가토ㆍ고노 담화를 아베 정권이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는 선에서 법적 책임 인정 부분을 우회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여기에 아베 신조 총리의 공식 사과, 피해자 배상 조치 등이 수반되면 절충점도 마련될 수 있다.

문제는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 재검증에 나서는 등 역사수정주의, 우경화 노선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과연 위안부 문제 책임을 인정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게다가 일본은 95년 민간 주도로 아시아여성기금을 조성할 당시 사용했던 속죄금, 보상금이란 표현을 고수하는 상황이어서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녀상, 최종 타결 확약 등 난관도 여전

또다른 난제들은 일본 측 요구안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 해결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소녀상 문제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어서 협상 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소녀상을 철거하거나 제3의 장소로 옮길 경우 시민단체 등 국내 여론 반발이 극심할 수밖에 없어 일본 측 요구는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은 또 우리 정부가 나서 이제 한일 간 위안부 문제는 모두 종결됐음을 선언해달라는 최종 타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3개국 정상회담을 통한 최종 타결 선언 등 각종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온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동의 없이 섣불리 최종 타결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28일 외교장관 담판에서 구체적인 해법까지 합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담 직후 예정된 양국 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 법적 책임과 관련된 원론적인 합의안을 발표한 뒤 세부 합의 사항은 피해자 관련단체와의 협의를 이어가는 선에서 내년으로 최종 타결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윤 장관이 미리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자락을 깐 것도 한일 간 원론적 합의에 대비한 측면이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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