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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법적 책임에 모호한 표현… 위안부 담판 ‘3가지 논란’

입력
2015.12.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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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사상 잘못 물을 강제성 없어

도의적 차원의 책임에 가까워

아베 ‘사죄 반성 표명’ 성의 불구

공개 직접적 사과 결국 실현 안돼

피해자 지원 돈의 성격도 논란 여지

‘소녀상 이전’ 외교 실패 지적도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28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양국이 28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위안부 협상 타결을 선언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사죄를 표명하는 등의 일부 진전된 내용을 담고는 있지만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정치적 야합”이라고 반발할 정도로 모호한 구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를 우리 정부가 떠안기로 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① ‘법적 책임’ 끝내 명시 못해

이번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은 위안부 강제동원과 그에 따른 일본의 법적 책임을 얼마나 관철시키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에 비춰 양국이 발표한 합의는 기대에 못 미친다.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에게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본 정부의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통감’한다는 선에서 그쳤다. 강제동원이나 법적 책임을 명시하는 것과는 의미가 전혀 다른 표현이다.

일본은 우리 정부와 협상과정에서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표현을 줄곧 사용해왔다. 2012년 3월 제시한 사사에안(案)이 대표적이다. 이에 외교부는 “도의적이라는 수식어 없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최초로 분명하게 인정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통감하는 책임이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는 이번에도 불분명하다. 통감(痛感)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한일 양국에서 ‘뼈저리게 아픈 느낌’ 정도로 통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민ㆍ형사상 잘못을 묻는 법적 책임보다는 도리어 인도주의적 차원의 책임에 가까운 표현이다. 또한 국제법적으로 일본이 위안부를 모집, 연행하고 직접 위안소를 운영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각각 책임을 따질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데도 군이 관여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표현해 사안의 핵심인 강제성이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로 일단 일본의 책임은 종료됐다는 논리 또한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② 총리 직접 사죄 없이 재단 설립으로 무마

아베 신조 총리가 과연 어느 선에서 사죄를 표명할지도 이번 협상의 주된 관심사였다. 합의문은 ‘아베 총리는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명시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취임 이후 ‘사죄와 반성’이라는 표현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지난 8월 전후 70주년 담화에도 이런 구절은 없었다. 당초 일본 총리의 서한을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에 비해 좀더 성의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아베 총리의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사죄를 요구해온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다. 한일 외교장관이 대신 합의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아베 총리의 뜻을 전한 것도 기대에 못 미친다. 사죄와 반성이라는 표현 또한 과거 1993년 고노 담화나 97년 하시모토 총리가 할머니들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표현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교수는 “한일 양국이 위안부 협상에 최종 합의했다지만 아베 총리의 사죄 표명이 기존에 일본측에서 수 차례 밝혔던 내용과 별로 차이가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할 재단 설립이다. 우리 정부가 재단을 만들고 예산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가 충당하기로 했다. 양측은 재단의 규모를 10억엔(약 97억원)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생존 할머니 46명의 의료비, 간병비 뿐만 아니라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돈의 성격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민간모금으로 조성된 95년 아시아여성기금과 달리 이번에 설립할 재단은 100% 일본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책임에 따른 보상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과 법적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을 통해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극력 반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③ 일본의 아킬레스건 소녀상, 뇌관으로 급부상

이날 합의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 이전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일본측 우려에 대해 우리 정부가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하기로 노력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협상에 앞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소녀상은 민간에서 결정할 부분”이라며 일본측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특히 일본측이 소녀상의 존재를 가장 껄끄럽게 여겨왔던 점을 감안하면 외교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녀상을 즉시 철거하지 않더라도 역사의 교훈으로 남길 수 있도록 기념관에 옮기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일 양국이 이번 합의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ㆍ불가역적인 해결로 수용하고 향후 국제사회에서 상호비난을 자제하기로 한 부분도 논란이 적지 않다. 당장 내년 초 정부가 전세계에 배포할 위안부 백서 발간작업이 명분을 잃는 것은 물론, 미국 법원에서 일본 정치인과 전범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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