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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야치, 위안부 협상 ‘막후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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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이 28일 위안부 협상을 전격 타결한 데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이병기-야치’라인을 가동하면서 양국 정상의 의지에 힘이 실렸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주일대사를 지낸 박 대통령의 ‘복심’이고 야치 국장은 아베 신조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린다.
협상 전개과정을 되짚어보면 두 사람의 숨은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4일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교장관을 관저로 불러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그때 야치 국장도 관저에 함께 있었다. 야치 국장이 앞서 22일 한국을 방문해 이 실장과 만나 위안부 합의안의 대강을 마련한 뒤 아베 총리에게 보고했기에 막판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29일 “야치 국장의 방한에 이어 열린 12차 국장급협의(27일)와 한일 외교장관회담(28일)은 최종적으로 문안을 조율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며 “이병기-야치 라인을 통해 사실상 협상이 마무리된 셈”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간 단독회담에 나란히 배석한 데 이어 공식일정 외에 시내 모처에서 따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가능한 조속히 타결한다”고 합의하면서 위안부 협상은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이 실장이 고비마다 큰 역할을 했다”며 “야치 국장과의 핫라인을 가동하면서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청와대 외교라인과 외교부를 전면에 세우되 뒤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특유의 정치력을 발휘해왔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이 양국 정상의 막후 실세채널로 활약한 데는 오랜 친분이 작용했다. 이 실장은 2013~14년 주일대사 시절 야치 국장과 연을 맺은 이래 국가정보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야치 국장과 공식ㆍ비공식적으로 계속 만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6월 22일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에 당초 예상과 달리 양국 정상이 동시에 참석하면서 의미를 더하게 된 것에는 두 사람이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양국이 12차례의 위안부 국장급 협의에서 줄곧 이견을 드러냈지만 이병기-야치 라인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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