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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불타는 장면, ‘제2의 쯔위 사건’ 되나

입력
2016.01.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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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림학교’에서 위안화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장면이 중국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KBS2 화면 캡쳐
드라마 ‘무림학교’에서 위안화를 이용해 불을 피우는 장면이 중국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KBS2 화면 캡쳐

우리나라 드라마에 마오쩌둥(毛澤東) 초상이 그려진 중국 위안화가 불타는 장면이 등장,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며 자칫 제2의 쯔위(周子瑜) 사건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9일 KBS 2TV 월화드라마 ‘무림학교’는 중국 돈으로 불을 피우는 장면을 내보냈다. 윤시우(이현우 분)와 왕치앙(홍빈 분)이 한밤에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던 중 불씨가 꺼지려 하자 치앙이 중국 돈을 꺼내 붙인 것. 극중 치앙은 중국 재벌가의 아들로 나온다.

20일 일부 중국 매체들은 이와 관련, “참을 수 없다”는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에는 수천명이 댓글을 달거나 의견을 표했다. 한 인터넷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라마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79%나 됐고, ‘일종의 모욕으로 여긴다’는 견해도 77%에 이르렀다. ‘왕저지젠’은 “누구라도 한국드라마를 수입하면 평생 동안 고통을 겪도록 해야 한다”는 댓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중국인의 머리 위에 오물을 퍼부은 것”이라며 욕설을 달았다. 앞으로 한국드라마를 보지 않고 한국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반론도 많았다. ‘ID_3055657’은 “문제 삼을 큰 일이 아니다”며 “미 달러로 담뱃불을 붙이는 드라마 장면은 항상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니르바나’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평했다. 중국도 지전(紙錢)을 태우는 풍습이 있지 않느냐는 글도 있었다.

한국 인터넷에서는 드라마 제작에 좀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 지적과 중국의 반응은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제 뭘 하든 중국에 거슬리는 것은 없는가 확인해야 하는 시대’란 푸념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드라마 제작진 측은 “두 주인공이 생존하기 위해 빨리 불을 피워야 하는 상황이라 치앙이 자기 돈을 꺼낸 것”이라며 “중국이나 중국 문화를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또 재방송 등에선 해당 부분 영상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국 신인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는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에 사과 동영상을 내보내야 했다. 그러나 대만에선 이로 인한 반중 정서가 치솟으며 총통선거 막판 쟁점으로 부상,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조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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