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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부자 기업들 너도나도 임대주택사업

입력
2016.04.15 04:40

KT, 전화국 부지에 1만가구

하나금융도 뉴스테이 진출

롯데, 4년간 1만8000가구 공급

공실률 증가ㆍ임대료 인상 우려도

‘땅 부자’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부동산 임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부지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해 새로운 수익 창출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때마침 ‘월세 주택 공급 확대’를 주택정책 방향으로 삼은 정부가 각종 혜택을 주고 있어 기업들의 임대업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정확한 수요분석 없이 공급만 늘렸다가 공실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임대사업을 본격화했다. 옛 전화국 부지에 2020년까지 1만가구의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리마크 빌’이란 브랜드도 론칭했다. 당장 오는 7월 서울 신당동 역세권인 동대문 리마크빌 797가구를 시작으로 영등포(760가구ㆍ10월), 관악구(128가구ㆍ12월), 부산 대연동(546가구ㆍ11월) 등 올해에만 4개 지역에서 2,231가구를 공급한다.

핀테크, 인수합병(M&A) 등 금융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지점 통폐합이 많은 금융권도 뉴스테이(8년 장기 월세주택) 형태로 임대업에 진출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60여개 점포를 허물고 1만 가구의 뉴스테이를 지을 예정이다. 우선 올해는 서울, 인천, 수원 등 전국 8곳에서 3,208가구를, 내년엔 서울과 인천, 부산 등 11곳 점포에서 2,516가구를 각각 공급한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은행 등도 쓸모 없어진 지점을 뉴스테이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도 서울 문래동 롯데푸드 공장 부지에 500가구의 오피스텔과 아파트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그룹이 보유한 유휴부지에 1만8,000가구의 뉴스테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임대사업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도심에 알짜배기 땅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KT의 전화국 부지는 전국에 400여개에 달하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이나 지하철역 인근에 있고 은행지점도 대부분 역세권에 자리하고 있다. 노른자위 땅을 매입하기 위한 비용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쉽게 임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현재 주택환경이 임대업을 하기에 최적인 점도 기업들의 눈길을 부동산 개발로 돌리게 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다 정부도 뉴스테이 사업에 사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던 기업들로선 유휴부지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 이들 기업들은 주택에 자사 서비스를 모두 접목하고 있다. KT는 인터넷 서비스, 하나금융은 임대료 및 관리비 카드 결제, 유통 강자 롯데는 계열사 쇼핑몰이나 자동차 렌트 서비스 할인 등을 연계하는 식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수요분석 없이 우후죽순 격으로 임대주택만을 늘려놔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점포를 임대주택리츠에 매각하고 이 리츠에 참여하는 형태로 임대업을 하는 하나금융 관계자는 “사업을 지속할지 여부는 첫 입주자들의 계약이 만료되는 8년 후 성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임대주택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비싼 임대 시세를 더욱 끌어올릴 거란 우려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최근 열린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토론회에서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위례신도시나 서울은 소득 상위 30%(소득인정액 월 737만~893만원) 이상이나 부담 가능하다”며 “고가 임대료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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