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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이 보여줄 다음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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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한 선거의 여왕은 다음 수(手)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레임덕(대통령 임기말 권력 누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다.
선거의 여왕에서 내려온 승부사의 선택은
집요한 승부사인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깜짝 카드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17대 총선에선 천막 당사 설치로, 18대 총선에선 대구 칩거로, 19대 총선에선 경제민주화 도입을 비롯한 철저한 변신으로 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2009년 세종시 이전 논란 때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자로 직접 나서 여론을 장악했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패배한 순간엔 미소까지 지으며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으로 미래 권력을 예약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포기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14일 입을 모았다. 이날 박 대통령의 침묵은 폭풍 전의 고요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계개편ㆍ인적쇄신ㆍ남북관계ㆍ개헌ㆍ사정 정국…상상력 총동원
우선 여소야대 구도를 바꾸기 위한 정계개편 방안이 1차 해법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은 14일 여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 7명을 복당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여당 의석이 최대 129석으로 늘어나 1당 지위를 되찾게 됐지만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의 의석수(161석)에 한참 못 미쳐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를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립정부 구성이나 정책 연대 등의 형태로 손 잡거나, 총선 결과 무주공산이 된 여당의 차기 대선 레이스에 안 대표를 끌어들이는 방안 등도 청와대의 뜻과 상관 없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안 대표 측은 “기성 정치세력과 원칙 없는 연대는 할 수 없다. 호남 민심이 용납하겠느냐”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무리한 정계개편은 여소야대의 20대 국회를 만든 표심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더 큰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청와대 개편과 개각 등 인적 쇄신 카드는 13일 여당의 총선 참패가 확정되자 마자 거론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총선 이후에 대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환경부 등 일부 장수 장관 등의 후임을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러나 “국면 전환용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인사 검증 정국이 오히려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한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 등이 사의를 밝혔다는 얘기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들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청와대 개편 구상도 해야 하는 만큼 사표를 즉각 수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 등 남북관계 이슈로 정국을 주도하는 방안도 여권 일부에서 선택지로 꼽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북한을 반드시 바꾸겠다”며 내세운 강경한 대북 원칙을 스스로 접어야 한다는 점, ‘레임덕을 지연시키기 위한 정권 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다.
박 대통령의 여당 탈당이나 개헌 추진, 강력한 사정정국 조성 등 충격 요법들도 여권 인사들이 상상력을 총동원하는 과정에서 거론되고 있다. 현실성 여부와 상관 없이, 청와대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그 만큼 지상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이 정권 심판 민심을 수용해 야당과 적극 소통하는 등 통치 방식을 바꾸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는 주문이 쏟아지지만, 박 대통령은 강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정연국 대변인 이름으로 14일 내놓은 입장에서 총선 결과를 “민생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되라는 민심의 요구”로 해석한 것은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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