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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신탕 될뻔한 강아지 입양한 美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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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타지만 똑똑하고 애교가 많다.” “힘들 때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어다 주며 기대올 정도로 다정하다.”
한국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입양한 미국인 가족들은 자식 자랑이라도 하듯 개에 대한 사랑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유독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설치한 철창) 속에서 식용으로 키워진 개들과 가정에서 함께 사는 이른바‘반려견’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식용으로 키워진 개도 훌륭한 반려견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이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이 한국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입양한 미국인 가족들이다.
이 단체는 농장을 산 다음 개는 미국으로 입양시키고 농장주는 전업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총 4개의 개농장 폐업을 이끌어냈다. 미국으로 보낸 도사견은 220마리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도사견과 덩치를 키우기 위해 만든 혼혈견인 도사누렁이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70㎏까지 크는 개들을 입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인 가족들은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이 개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었다. 미국으로 간 개들은 어떻게 지낼까, 입양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입양 이유는 뭘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HSI가 지난해 경기 고양과 충남 홍성, 서산 농장에서 구조한 개를 입양한 미국인 네 가족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흥미로움의 결정체”도사견 제우스
도사견 제우스(수컷·약 10개월)를 입양한 파라와 조쉬 가족은 제우스를 “흥미로움의 결정체”라고 했다. 제우스는 지난 해 9월 충남 서산에서 구조된 도사견. 당시 제우스는 3,4개월에 불과한 강아지였지만 이제 크기로만 봐선 강아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파라 가족은 “온라인을 통해 우연히 알게 돼 관심을 갖게 됐다. 장거리 여행이나 구조 과정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까 걱정했지만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크기에 관계없이 다양한 개를 키우지만 제우스의 독특한 외모는 파라 가족이 사는 북캘리포니아지역에서도 화제가 된다고 한다. 제우스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 파라 가족은“제우스는 매우 크지만 지금까지 키워본 개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 사랑스럽고 활동적이고, 훈련도 잘 받는다”며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제우스는 이제 파라 가족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소파에서 누워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며 특히 최근엔 소리를 내는 무지개색 에벌레 모양의 장난감에 푹 빠졌다.
“제우스는 항상 꼬리를 흔듭니다. 목욕하는 것도 간지럽힘을 당하는 것도 좋아하죠. 우리는 제우스를 사랑합니다.”
“책 읽어주는 걸 좋아하는 다정한 거견(巨犬) ”도사견 클라라벨
동물보호단체인 SPCA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는 리사는 한국 개고기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 한국 충남 홍성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이 도착한 것을 알게 됐다. 이미 2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처음부터 또 다른 반려견을 입양할 생각은 없었다. 처음 본 클라라벨(암컷·약 2세)은 두려움이 많았고, 너무나 소극적인 개였다. 때문에 클라라벨이 마음의 문을 열어줄지, 다른 개들과의 관계는 어떨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리사가 2주간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다. 2주째가 되자 클라라벨은 리사의 그림자가 된 듯 그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녔다.
“부끄럼쟁이이긴 했지만 내가 하는 일과 내 두 마리가 노는 것에 대해 관심을 보였습니다. 보호가 끝나기 전날 클라라벨은 하루 종일 내 옆을 떠나지 않았죠. 그때 입양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클라라벨 역시 독특한 외모로 산책을 나가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는 게 리사의 설명. 이웃 주민들은 클라라벨에게 ‘젠틀 자이언트(다정한 큰 개)’라고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
클라라벨은 이제 수줍음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여유롭게 지내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리사가 책을 읽어줄 때다. 리사는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대로 책 읽어주는 걸 즐긴다. 책을 크게 읽으면 꼬리를 흔든다”고 했다.
이제 클라라벨은 리사를 위로할 줄도 안다. 그는 “힘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클라라벨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어오며 내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1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쓰다듬도록 옆에 머문다”며 “클라라벨은 공감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내가 해준 것 10배 이상을 돌려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바싹 달라붙는 걸 좋아하는 껌딱지”도사견 코라
“소파에 앉을 때 항상 내게 머리를 기대거나 발을 얹어놓아요. 앉아, 누워, 흔들어 명령까지도 다 잘하는 똑똑한 개입니다.”
코라(약 2세·암컷)는 지난 해 9월 충남 서산 농장에서 구조되어 미국으로 이송됐다. 진 가족은 페이스북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코라를 발견했고, 만나자마자 가족으로 맞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이미 5년전 구조해 키워온 반려견 와일리와 잘 지낼지 걱정이 됐다. 와일리는 식탐이 강하고, 다른 개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 와일리와 코라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둘을 처음 만나게 했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무시했지만 나중에는 잘 어울리게 됐다.
진은 “코라가 새로 경험하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장난감에 대한 집착이 좀 있는데 둘이 싸우다가도 말리면 또 금방 화해한다”고 했다.
코라는 산책 첫날부터 산책을 즐겨온 개 마냥 새로운 지역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탐험하는 걸 즐긴다고 했다. 진은 “큰 개 2마리와 산책을 나가면 사람들이 재밌어 한다”며 “코라는 수줍음은 많지만 똑똑하고 충성심이 있다. 정말 훌륭한 가정견이다”고 말했다.
“내 삶을 바꿔 놓은 개” 혼종견 루나
“루나가 한국에서 식용으로 생을 마감했다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겁니다.”
데이비드는 지난 해 12월 암에 걸린 반려견을 떠나 보냈다.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건 바로 루나(1세·암컷)다.
루나는 지난 해 1월 경기 고양 개농장에서 구조된 혼종견. 데이비드는 열네 살 때 한국에 온 적이 있는데 당시 시장에 식용으로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개들을 보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개들이 왜 케이지에 갇혀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식용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미안한 마음을 늘 갖고 있었는데, 루나를 보고 돕고 싶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처음 본 루나는 케이지에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았고,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간식도 받아 먹지 않았다. 하지만 루나와 이미 키우던 반려견과 함께 매일 시간을 보내면서 산책하는 법, 주인 신뢰하기, 다른 개와 노는 법 등을 가르쳤다. 데이비드는 “루나를 입양한지 1년이 됐다. 아직 루나는 배워야 할게 많지만 여전히 우리는 함께다”며 “우리는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연대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실 개를 학대하고 무시하는 것은 한국이나 아시아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때문에 개농장에서 데려왔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라기 보다 학대를 받았거나 사랑 받지 못한 개들의 경우 각각 개의 특성에 맞게 각각의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루나는 혼종견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소재가 됩니다. 아름다운 눈과 예쁜 털을 가진 개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하지요.”
루나는 이제 줄을 매지 않고 산책이나 하이킹을 나갈 정도로 훈련이 됐다. 철창을 물어 뜯어 생긴 치아 마모를 제외하곤 신체도 건강하다.
데이비드는 “우리는 항상 개를 위해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개들은 우리를 위해 항상 무언가를 해준다”며 “루나가 내게 준 우정은 내가 돌봐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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