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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 왜 못 돌아왔는지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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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지나도 사고 원인조차 몰라
“우리 사회 아직도 바뀐 게 없어 진실 밝혀야만 비극 반복 안 돼”
“왜 죽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250명의 친구들을 잃었어요.” 2년 전 차디 찬 봄 바다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김민지(19ㆍ가명)양은 왜 자신이 “살려달라”고 그토록 외쳤어야 했는지, 친구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여전히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가장 친했던 친구를 잃었고 학교와 일상이 무너졌다.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던 수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민지는 “이제 친구들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했다.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는 아니어도 좋으니까 내 친구를 왜 살릴 수 있었는데 죽게 놔뒀는지는 알고 싶어요.”
세월호 사고를 직접 겪은 생존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은 왜 수많은 사람들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싶다고 절규한다. 사고 진상 규명 과정에서 이들이 무엇보다 밝히고 싶은 것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배 안에서 데려오지 못한 이유다.
민지는 “사고가 정부 탓에 일어났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을 살렸는지 살리지 않았는지 묻는다면 확실하게 ‘안 살렸다’고 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이후 학생들이 살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생존자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딸 경하(19ㆍ가명)가 바다에서 겨우 살아온 아버지 최모(45)씨는 아직도 딸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다리에 깁스를 한 경하는 안산으로 올라오던 길에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대답을 못했다. 아직도 답을 모른다. 최씨는 생존자들에게도 진상 규명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평생을 안고 갈 상처를 지닌 아이들이 혹시라도 스스로 안 좋은 마음을 먹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아이들을 평생 지켜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며 “치유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사고 이유를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년 간 우리 사회가 바뀌었냐는 물음에 이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은 요원해 보이고 안전불감증도 여전하다. 정부는 말뿐인 대책만 내놓고 진실은 외면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들이 바라는 건 단순하다. 같은 참사의 반복을 막고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 세월호 생존자인 박준혁(19)군은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사회가 되는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세월호 세대’ 생존 학생들에게 이 일은 본인들 몫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부모님들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성인이 된 저희가 당연히 해야죠.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노력하다 보면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준혁이의 다짐이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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