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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20년 만의 3당 체제’ 한숨 쉬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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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도 쉽지 않을 판에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제3당까지 등장했으니 앞으로 업무가 얼마나 늘어날 지 감당이 안됩니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국회를 담당하는 대관 업무 담당자는 4ㆍ13 총선 결과를 접하고 앞길이 캄캄해 졌다고 말했습니다. 18대 국회부터 국회를 담당해 왔지만 앞으로 여소야대의 국회에서 어떻게 풀어갈 지 어려운 숙제를 받은 학생처럼 난감해 했습니다.
새 국회에 열리면 새로운 의원들, 의원실 관계자들을 알아가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 늘 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이번 국회를 맞이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은 사뭇 비장합니다.
그는 “법안 처리나 대기업 관련 사항에 대해서 주로 야당이 공격을 하고 여당이 수비를 하는 형태”라며 “그런데 공격을 하는 야당이 선수도 늘고 힘도 세질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게임의 룰이 바뀔 것 같다는 예상입니다. 그 동안은 주로 야당이나 야당 의원들이 법인세 등 대기업 관련 이슈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면 정부나 여당에서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야당의 화살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해줬습니다.
대기업 역시 자연스레 여당 관계자들에게 의지했던 경우가 많았죠. 여당 관계자를 만날 때는 야당 관계자들을 만날 때보다 부담이 덜하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이제 그 여당의 의석이 과반(151석) 이하로 내려갔으니 힘의 균형추가 여(與)가 아닌 야(野)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죠.
20년 만에 ‘제3당’ 국민의당 등장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숙제라는 게 대관 업무 관계자들의 걱정입니다.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원내교섭단체만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또 하나의 원내교섭단체인 국민의당도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며 “당연히 각 당 입장이 어떻고 협상 전략을 어떻게 짰는지를 알아봐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또 한 명의 참여자가 등장했으니 그 만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1당인 더민주(123석), 2당 새누리당(122석)의 의석수가 엇비슷하다 보니 어떤 사안이든 국민의당(38석)의 스탠스가 중요해 질 수밖에 없고, 국민의당의 움직임이 의석수 대비 비중이 커지게 됩니다. 단순히 협상 참여자가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그 늘어난 1명이 자신보다 덩치 큰 참여자들을 쥐고 흔들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이 아닌 ‘고래들이 중간에 있는 새우의 수염 하나의 흔들림에 파르르 떨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선거 기간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긴장케 했던 국민의당은 그 기세를 몰아 선거가 끝나자마자 세월호특별법 개정, 국정교과서 폐기 등 주요 이슈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이슈를 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또 하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두 야당 원내교섭단체인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비록 ‘더불어성장론’(더민주) ‘공정성장론(국민의당)’ 이라는 다른 이름이지만 결국 ‘경제 민주화’를 당론으로 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뭉쳐 있을 때는 개별 의원들이 각자 열심히 다뤘지만 이제는 두 야당이 경쟁적으로 이 이슈를 다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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