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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문재인-김홍걸 ‘브로맨스’에 눈이 가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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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의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의 합성어)’가 새삼 화제입니다.
두 사람은 18, 19일 1박2일 동안 ‘전라남도와 경상남도를 잇는 영호남 통합 순례’를 함께 했습니다. 18일에는 DJ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찾았고, 19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입니다. 두 사람이 DJ생가 방 안에서 나란히 양반다리를 한 채 마주 앉은 모습이나 항구에서 나란히 앉아 배를 기다리며 멀리 바다를 바라보는 사진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네티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 순례가 두 전직 대통령의 추억과 가치를 나누기 위해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문 전 대표는 하의도를 처음 가는 것이고, 김 위원장은 봉하마을에 처음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총선 유세 시간 막판에 두 사람이 광주, 전남, 전북을 함께 다니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고 상대방이 서로 하의도와 봉하마을을 가보고 싶다는 뜻을 알고 각자 안내를 맡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표 측은 더민주의 정신이자 영호남 통합정치의 상징인 두 전직 대통령의 탄생과 죽음을 잇는 상징적 영호남 순례를 함께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문 전 대표 측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두 사람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때 지지자 100여명이 ‘김대중과 노무현은 하나입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펼치고 환영했다고 합니다. 헌화 분향을 마친 두 사람은 봉하 사저로 자리를 옮겨 권양숙 여사와 차를 마시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살아 생전 여러 일화를 소재로 정담을 나눴습니다. 권 여사는 이희호 여사의 건강을 걱정하며 안부도 여쭐 겸 뵙기 위해 서울로 한 번 올라가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다음에 부인과 함께 다시 봉하를 방문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표가 이번 총선 승리에 김 위원장이 정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하자 권 여사는 “(김 위원장의) 연설이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게 잘 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전날 신안 하의도 주민들과 점심을 함께 먹고 DJ의 생가를 둘러본 뒤 동네 주민들과 막걸리를 주고 받으며 DJ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야당에게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말하고, 김 전 대통령 생가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 파탄 등에 대한 일종의 시국선언을 같이 준비하려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대표는 하의도 방문 후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인양이 없으면 참사도 끝나지 않은 것”, “2년이 지나도록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국가가 아니다”라며 세월호특별법 개정, 선체인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방명록에는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을 묵묵히 지킨 것이 김홍걸 위원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문 전 대표 옆을 지키는 김 위원장의 그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총선 직전 문 전 대표가 두 차례 광주, 전남, 전북을 찾았을 때도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특히 국립 5ㆍ18민주묘지에서 문 전 대표가 무릎을 꿇었을 때도, 충장로 한복판에서 ‘광주선언’을 읽을 때도 김 위원장이 옆에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영호남 순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해석’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는데요.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떠나고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1박2일 행보는 더민주가 4ㆍ13총선에서 전국적으로 1등이 되고서도 호남에서 참패한 데 대한 문 전 대표의 책임론에 대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문 전 대표가 자신에게 냉랭한 호남 민심을 만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을 ‘정치적’으로 앞세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본인은 이날 JTBC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에 정치적 의미를 (문 전 대표가) 말씀하신 걸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선거 막판 유세 때 호남을 자주 방문하겠다. 앞으로 그 약속을 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이번에 방문하시게 된 걸로 알고 있고 이번 패배를 상쇄시키려고 하신 그런 의도였다면 패배의 상처가 가라앉았을 때쯤 오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빨리 오시지 않고요”라고 답했습니다.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이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 저희 당 지지도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도가 오른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자식을 집에서 내쫓는 것은 아니고 회초리를 치면서 다시 잘할 기회를 주신 것이라 봅니다”라며 “먼저 말씀하신 것(정계 은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사실 선거 때 정치인의 수사로 봐야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 인사는 “이번 하의도 방문은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표 측에 말씀을 드려 이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DJ의 셋째 아들’이라는 타이틀로 기성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김 위원장이 더민주 행(行)을 결정했을 당시 여의도 정치권은 갖가지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 상당수가 당을 떠나 ‘친정’ 더민주를 향해 공격을 할 당시 김 위원장은 “아버지의 정신과 어머니 뜻을 ‘동교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로 이용하고 있다”며 그들을 향해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공격을 받은 동교동계 인사들은 그런 김 위원장을 달갑게 여길 리 없었죠.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을 영입한 문 전 대표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보장했다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이를 부인했지만 선거가 가까워 질수록 김 위원장의 출마 여부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지자 결국 김 위원장은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국민통합위원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후보 지원 유세를 다녔습니다. 김 위원장의 측근은 “하루에 많게는 4,5개 일정을 소화했고, 당 유세단과 함께 다니기도 하고 별도로 혼자서 호남 곳곳을 다니며 불편한 시선도 감당해 내며 더민주 후보들을 도우려 했다”며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왜 아버지와 어머니 불편하게 정치를 하느냐’ ‘문재인을 왜 감싸느냐’는 얘기도 참 많이 들었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라”고 전했습니다. 문 전 대표가 들어야 할 쓴소리를 대신 듣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죠.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김 위원장은 문 전 대표의 총선 직전 호남 방문에 대해 “제1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가 호남을 방문도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호남의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들이 크게 실망하셨을 상황”이라며 “늦게라도 (호남 방문이) 된 것은 잘 된 일이고, 호남은 비록 그렇게(참패) 됐지만 수도권, 영남에서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문 대표에게 “앞으로 포용력을 발휘하고 친화력을 발휘해서 통 큰 정치, 담대한 정치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는 친화력과 대담함 부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극 개진한 것입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기자와 가진 인터뷰 당시 김 위원장에 대해 “참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며“생각과 행동이 참 바르고 올곧다”고 말했습니다.
서로 다른 경로를 다니며 선거 유세를 다니던 두 사람은 몇 차례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 함께 참석하는 정도였지만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때부터 부쩍 같이하는 기회가 늘고 있습니다. 10살의 나이 차이(문 전 대표 53년생, 김 위원장 63년생)의 두 남자는 평소 잘 웃지 않는 진지한 표정의 소유자입니다. 두 사람 모두를 인터뷰한 입장에서 ‘썰렁한 농담’을 던졌더니 두 사람 모두 정색을 하고 답변을 해서 당황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면 도대체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는 하는 걸까 하는 괜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하의도에 들렀을 때 함께 식사를 했던 식당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두 남자의 관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정해 보이던데요. 두 분이 말은 많이 안하시지만 무안 뻘낙지로 끓인 연포탕을 먹고 맛있다며 낙지가 어디서 나오고 등등을 얘기하는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총선이 ‘더민주 1당’이라는 예상 밖의 결과로 끝났습니다. 두 사람의 고군분투가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는 유권자들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문 전 대표는 평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수시로 호남을 찾고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총선 이후 어떤 역할을 맡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어울릴 듯 말 듯한 두 남자의 브로맨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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