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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 갇힌 동물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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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불쌍하다.”
지난 12일 경기 한화아쿠아플라넷 일산 수족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전면이 투명한 유리로 된 재규어 사육장 앞을 지나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불쌍하다”는 말을 쏟아냈다. 재규어 암,수 두 마리는 관람객들로부터 잠깐 시선을 끌기 위해 360도 전 방향이 유리로 둘러 싸여 완전히 노출된 사육장에서 24시간 살고 있다.
재규어들은 잠시도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곳 조차 없는 공간에서 불안한 듯 계속 서성였다. 동물들이 뚜렷한 목적없이 일정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행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난다. 심지어 한쪽 유리에 머리를 부딪힌 흔적들도 보였다.
몇 분 동안 서성이던 재규어 한 마리는 결국 가쁜 호흡을 내쉬며 털썩 주저 앉았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촬영에 익숙한 듯 대수롭지 않게 쳐다 봤다. 이형주 동물보호활동가는 “재규어들이 2014년 말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 정도로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다”며 “결국 쉴 곳도 없는 곳에 가둬놓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대기업과 외국자본들이 운영하는 아쿠아리움이 8곳 이상이다. 이들은 수족관에 재규어를 가둬서 전시하거나 각종 동물 쇼를 내세워 관람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문제는 호객 행위에 동원된 동물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다. 과연 아쿠아리움들은 이들의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 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돌아 봤다.
한화아쿠아플라넷은 땅과 바다, 하늘의 모든 생물을 모아 놓은 신개념 아쿠아리움을 표방하며 재규어를 수족관에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재규어 외에 원숭이 등 포유류와 앵무새까지 있다. 옥상에는 먹이를 줄 수 있는 양과 닭, 말 등을 모아 놓은 체험미니동물원을 갖췄다.
한화 측은 이 곳의 대표적인 동물인 재규어 전시 시설에 전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사육 공간을 국내 재규어 두 마리 사육 기준인 18.9㎥의 약 5배 규모인 95.2㎥를 마련했고 자연채광을 제공하고 있다”며 “사육시설 내 3면이 막혀 관람객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있고 3개 내사를 별도 관리해 필요시 언제든 입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화는 놀이공과 로프 등 장난감을 비롯해 살아있는 물고기, 돼지등뼈 등을 제공해 재규어들이 야생 감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씨는 “야생에서 85㎞를 이동하며 물 속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재규어에게 이 곳은 사방이 꽉 막힌 인큐베이터”라고 꼬집었다.
아쿠아플라넷의 바다코끼리 전시장도 위가 뚫려 있는 유리로 둘러 싸여 있다. 생태설명회 시작 전부터 단체관람 온 유치원생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유리를 두드리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관람시 주의사항을 적은 영어나 중국어 안내판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코끼리가 장난기가 많아 물을 튀기니 주의하라’는 한글 안내판만 붙어 있다. 안내판을 본 이 씨는 “관람객과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방증”이라며 “유리 위쪽이 뚫려 있는데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어 관람객과 바다코끼리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행사도 생태설명회라는 이름과 거리가 멀었다. 바다코끼리는 서커스처럼 먹이를 받아 먹으며 박수를 유도하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거나 지느러미 키스를 수십번 날리며 애교를 부렸다. 한화 관계자는 “바다코끼리 전시관의 육상부 면적과 수표 면적은 미국 농무성이 발표한 기준의 약 2.5배”라며 “수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점을 고려해 육상부의 2배 크기로 수중부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 2일 흰고래인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이 곳 수조에는 벨루가 3남매가 살고 있었는데 막내인 다섯 살짜리 수컷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벨로가 패혈증에 걸린 원인을 인공사육시설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보호단체 활동가는 “벨루가는 야생에서 3년에 한번 번식하기 때문에 암컷을 포획하는 것만으로도 야생에서 벨루가 수를 감소시킨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가 포획한 벨루가 수입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와 앞으로 더 이상 고래류를 들여오지 않고 번식 연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는 직접 바다 생물들을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00원을 내면 잉어에게 젖병으로 먹이를 줄 수 있다. 두툽상어와 불가사리를 만질 수 있는 수조는 아이들에게 인기 코너다. 가이드는 살살 만지라고 설명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물들을 만지기에 바빴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에 식용을 제외한 다른 어류에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전시시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준이 없어서 체험시설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동물보호단체들은 체험 코너에 전시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다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체험 생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교체 전시를 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부터는 체험관에서 두툽상어를 빼고 불가사리 멍게 조개류만 전시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도 바다사자를 이용해 생태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바다사자 틴(4세·수컷)이 사육사의 손짓에 꼬리를 위로 올리고 컹컹 짓으며 먹이를 받아 먹거나 물 속에서 점프를 하며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재주를 부렸다. 사육사는 틴의 얼굴, 냄새, 몸무게를 점검하는 과정도 보여줬다. 동물보호활동가인 이형주씨는 “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많이 발전한 것”이라며 “하지만 동물들이 박수를 치는 등 재주를 부리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측은 이 같은 동물보호단체들의 우려를 감안해 생태설명회 명칭과 내용을 동물 복지를 고려한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안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4)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 재규어의 정형행동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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