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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동물은 ‘좋아요’를 위한 소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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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한 켠, 사람들이 돌고래를 둘러싸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에 뭔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아르헨티나 해변에서 사람들이 바다에서 새끼돌고래를 끌어내 돌려가며 만지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었다. 돌고래는 죽어서 내동댕이쳐졌고 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아르헨티나 매체는 이미 죽어 있는 돌고래라고 발표했지만 죽은 돌고래와의 기념 촬영은 윤리적으로 더한 문제가 아닌가.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파도에 밀려온 상어를 뭍으로 끌어내 기념 촬영을 하고, 마케도니아에서는 백조의 날개를 잡아 끌고 나와 기념 촬영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리부엉이 둥지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크게 훼손됐다. 둥지 속 새끼를 찍겠다고 주변 나뭇가지를 다 자르고, 조명을 동원해서 야간 촬영을 한 것이다. 덕분에 새끼들은 천적에 그대로 노출됐다.
실제로 우리가 감탄하며 보는 야생 동물 사진 중에는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행태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다림과 교감이 필요한 게 동물사진인데 인위적으로 연출을 한 것이다. 무력한 새끼를 둥지 밖으로 꺼내거나 철새 무리에 위협을 가해 억지로 비행을 유도하는 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후 찍는다. 동물 사진을 찍으면서 생명에 대한 존중은 없다.
이런 일이 최근에 더 자주 일어나는 건 아무래도 개인 사회관계형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너무나 시각적인 종이어서 길게 쓴 문장보다 눈길을 끄는 사진 한 장에 더 쉽게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동물들은 ‘좋아요’를 위한 촬영 소품이 아닌데 생명의 가치는 ‘좋아요’ 횟수보다 못하게 되어 버렸다.
물론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온라인 상의 좋아요 횟수가 진정한 인정, 관심이라고 볼 수 없다. 솔직히 나도 웹에 글을 올리고는 공감과 좋아요 횟수가 신통치 않으면 ‘왜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예전 남자친구와 “나한테 목매지 마”라며 장난치고는 했는데 그 말을 새삼 실감한다. 타인이 던져주는 관심에 목매다 보면 나는 온데간데 없어진다. 이러다가 언젠가 본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지구가 핵전쟁으로 폐허가 됐는데도 우리는 그걸 배경으로 ‘셀카(셀프카메라·자기촬영)’를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물 사진을 찍는 작가들을 아끼는데 그 중에서 고빈 작가의 동물사진은 보는 사람을 행복으로 이끈다. 그의 사진에는 거짓이 없다. 사진을 보면 그가 얼마나 행복한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는지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에게 사진이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순간의 조화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의 사진 중에서 한 소년과 흰 개가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을 좋아한다. 작가가 오래 머물던 인도를 떠나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갠지스 강변을 걷는데 한 소년이 “아저씨,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부탁하길래 곁에 있던 흰 개와 함께 찍어주었다는 사진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현상을 했는데 현상소 직원이 개가 외눈박이냐고 묻는다. 분명 외눈박이가 아니었는데 사진을 보니 정말 개가 한 쪽 눈을 감고 있다. 아마도 사진이 찍히는 순간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눈을 감았던 모양이다. 작가는 이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마주하는 이 모든 순간들이 신의 윙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작가는 파키스탄을 여행하다가 4,000m가 넘는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차편이 끊기는 바람에 당나귀를 사서 산을 넘는다. 처음에는 빌릴 생각이었는데 뼈가 휘도록 일하면서 매질만 당하는 당나귀가 불쌍해서 덜컥 사고는 여정을 함께 한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른 후 당나귀에게 자유를 준다. 작별 선물은 당나귀가 좋아했던 초콜릿 비스킷과 콧잔등 쓰다듬어 주기였다.
우리가 동물 사진에서 원하는 건 ‘좋아요’를 향한 끝없는 욕망이 아니라 이처럼 인간과 동물의 선한 만남과 헤어짐이다.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책: 만나게 될 거야, 고빈,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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