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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운호 항소심 부장판사, 사건 배당 당일 정씨측 브로커와 술자리

입력
2016.04.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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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2주전 잡힌 약속

배당 사실 모르고 저녁자리 참석”

“다음날 즉시 재배당 조치” 밝혀

법조계 “부적절 접촉” 비판 속

정씨 두차례 구명로비 실패로

100억원대 해외원정 도박으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형사사건이 항소심에 배당된 당일, 법조브로커 행세를 하는 정 대표의 지인이 사건을 맡은 부장판사와 저녁 술자리를 갖고 구명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대표 측이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K 부장판사에게도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지인을 통해 청탁을 한 데(본보 4월 26일자 11면) 이어 이번에는 브로커까지 나서 직접 재판장에 구명 로비를 벌인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26일 법원과 정 대표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정 대표의 측근인 50대 남성 이모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7시 무렵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S일식집에서 L 부장판사를 만났다. 이 날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의 재판장인 L 부장판사에게 정 대표의 원정도박 2심 사건이 배당된 당일이었다.

L 부장판사는 26일 한국일보에 “이씨가 저녁 자리에서 정운호 도박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씨와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로 2주 전에 잡혀 있던 약속자리에 나가서 2시간 정도 같이 있다가 헤어졌다”며 “(정 대표와 아는 수도권 지방법원) K 부장판사의 주선이 있었다거나 동석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날 오후에 정운호 사건이 재판부에 배당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저녁자리에 참석했다”며 “다음날 법원에 출근해 사건검색을 해보고 즉시 재배당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해외원정 도박으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해외원정 도박으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14조 4호)’에 따르면 사건처리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을 통해 재배당 요구를 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전날 접수된 사건들을 배당 담당자가 오전부터 정리해 점심 이후에 결재를 올리는데 오후 2~4시경 수석부장판사가 배당결재를 하는 ‘배당 관례’에 비춰 볼 때 오후에 사건이 배당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 “L 부장판사가 그날 만남에 대해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문제가 있는 인물과 접촉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사법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와 정 대표의 측근 등에 따르면, L 부장판사와 동석했던 이씨는 평소 판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면서 ‘해결사’를 자임하는 법조브로커 행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지인은 “이씨와 함께 (정 대표) 구치소 면회를 간 적이 있는데, 현직 판사들 실명을 줄줄이 언급하면서 ‘석방과 관련해 신경 끄시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지인의 말로는, 이씨는 과거 건설업자로 일하면서 호황을 누릴 때 인심을 쓰면서 법조계 인맥을 넓혀왔다고 한다. 최근에는 15억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피소돼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 주변에선 현직 법조인들이 평소 이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정 대표는 2심에서 보석과 집행유예 등을 바라며 지인을 통해 구명로비를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2건 모두 불발로 그쳤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날 정 대표의 여성 변호사 폭행 피소 건으로 촉발된 착수금 20억원과 성공보수 30억원 등 비상식적 수임료 논란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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