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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정운호 말만 믿더니… 檢, 143억 횡령 혐의 ‘뒷북’ 기소

입력
2016.06.24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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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사 때 도박 혐의만 적용

정운호(51ㆍ구속)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끝내 14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는 횡령 혐의를 부인하는 정 전 대표의 말만 믿고 상습도박 혐의만 적용해 정씨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4일 정 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혐의와 위증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8억원과 자회사 에스케이월드의 회삿돈 90억원 등 총 10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매장 보증금 등을 회계처리하면서 허위장부를 만들어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이 중 13억원 정도를 해외 원정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0년 12월 자회사인 세계홀딩스 자금 35억원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하자, 이 호텔이 변제 명목으로 제공한 호텔 2개층 전세권을 자신 명의로 넘겨 받은 혐의도 있다. 전세권의 가치는 35억원 수준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월 3,000만원씩 받고 호텔을 재임대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대표가 2012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의 재판에 출석해 허위 사실을 증언한 혐의도 적용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고 이달 6일 출소 예정이었지만, 최유정(46ㆍ구속) 변호사와의 폭행 사건으로 전방위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감생활을 이어가야 할 처지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못 찾아낸 정 전 대표의 횡령 범죄를 뒤늦게 밝혀낸 셈이라 애초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는 회사나 주거지 압수수색은 하지 않고 자금출처에 대한 정 전 대표의 소명만을 근거로 ‘개인 돈을 도박에 썼다’고 단정했다. 때문에 다른 원정도박 기업인들과 달리 정 전 대표에겐 횡령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고, 이에 대해 해당 사건을 수임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ㆍ구속기소) 변호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올해 ‘정운호 게이트’가 터진 후 압수수색으로 장부와 계약서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엔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설립 당시 자신이 투입한 자금 200억원 중 일부를 빼서 사용했다고 진술하고 장부에도 가수금 200억 정도가 있어서 횡령 범죄 적발이 어려웠다”며 “이번 수사에선 직원들이 횡령과 배임을 감추려고 장부와 계약서 등을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정 전 대표 측 브로커 이민희(56ㆍ구속기소)씨 등 2명에게서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 김모(50)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나 이씨와 빈번하게 접촉한 흔적이 있는 다른 검찰 관계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자금 흐름과 불법행위 연루 혐의 등을 추적하고 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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