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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의견 듣는 자리라더니...말 바꾼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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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미술시장 활성화법’(가칭)을 만들어 미술품 유통을 체계화하고 위작 단속ㆍ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7월에 추가 논의를 거쳐 8월에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공개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미술계 인사들은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성급한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자리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문체부는 “미술계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일 뿐 확정된 안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관련 2차 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1차 토론회에서 나온 미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정부가 앞서 제시한 안을 구체화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발표에 나선 이대희 고려대 교수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률’(가칭)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미술품 유통 질서 확립을 위해 경매업(허가)ㆍ화랑업(등록)ㆍ기타 판매업(신고), 감정업(등록)으로 공급자를 규정하는 세부 내용이 정부 방안과 거의 같았고, 경매업 종사자의 화랑 및 감정 겸업 금지 조항 등 더욱 강력해진 제재도 포함됐다.
이날 발표는 단순 전문가 제언이 아니라 정부 발주물에 가까웠다. 프랑스ㆍ미국에서 초청한 미술품 감정ㆍ유통 분야 전문가의 발표 내용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법제화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200여 미술계 관계자가 참석한 객석에서는 이 교수의 방안을 두고 사실상 확정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이 교수는 “확정된 것은 없으며 현재까지는 저의 의견”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문체부가)검토 요청을 괜히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답을 곁들였다. “위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이대희 교수 발제)그대로 입법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문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차례 토론회를 겪으며 미술계에서는 “굳이 토론할 이유가 있었느냐”는 불만과 함께 미술계 의견 청취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계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지만 결국 정책 추진을 위한 모양새 갖추는데 미술인들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문체부가 좀더 시간을 두고 미술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반영하거나 비판하면서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게 어떨까. “위”만 바라보고 서둘렀다가는 이 일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 논란처럼 ‘답정너’ 비난을 면치 못할 것만 같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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