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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보리 北 SLBM 규탄성명, 중국이 의지 보일 마지막 기회다

입력
2016.08.26 20:00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언론성명 초안이 작성돼 이사국들이 일정 시한까지 반대가 없으면 모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침묵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규탄성명 채택의 관건은 역시 중국의 태도다. 이달 초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 때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문제삼아 성명 채택을 무산시킨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협조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SLBM 시험발사로 인한 동북아 안보 위협이 과거 미사일 위협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데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중국이 마냥 어깃장을 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보리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람란 빈 이브라힘 대사는 “이사국 대부분이 (북한을) 규탄하는 공통의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최근 도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사태를 더욱 긴장시키고 복잡하게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이 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만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질서에 거스르려는 것은 대국의 자세가 아니다.

북한의 SLBM 시험발사로 동북아 정세는 전례 없는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북 억지전략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한미일 간에는 사실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예방 타격이 거론되는 마당이다. 1994년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했던 것과 비슷한 구상으로, 자칫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북한 김정은은 미사일 전력을 계속 확충해갈 기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운반수단 개발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SLBM 발사관을 2, 3개 갖춘 신형 잠수함 건조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핵무기 병기화’는 핵탄두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5차 핵실험 감행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안보리의 대북성명은 그 자체로 억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북한의 위험천만한 핵ㆍ미사일 놀음을 방관하다 국제사회의 공적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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