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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 ‘강남 땅 의혹’ 넥슨코리아 자료까지 확보, 李 ‘감찰내용 유출 의혹’ 기자 휴대폰도 포함

입력
2016.08.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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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집무실 가고 禹 집무실 제외

“靑 눈치 보는 것 아니냐” 지적도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겨누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29일 양측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8곳 가운데 5곳은 우병우(49) 민정수석, 나머지 3곳은 이석수(53) 특별감찰관과 관련돼 있다.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 사무실과 자택(서울 압구정동)의 관리사무소, 삼도회계법인 등은 그가 ㈜정강의 법인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탈세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서울경찰청은 현재 의경으로 근무 중인 우 수석 아들의 보직변경 특혜 의혹, 넥슨코리아의 경우는 이번 사건의 출발점인 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을 특혜 매입해 줬다는 의혹에 연루된 곳이다. 이 특별감찰관과 관련해선 그의 집무실과 휴대폰, 그가 우 수석 감찰내용을 누설한 상대방으로 지목된 특정 언론사 기자의 휴대폰 등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전방위적인 압수수색 대상 선정에선 수사팀이 편파성 시비를 차단하려 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우 수석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닌 반면, 이 특별감찰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특별감찰관법 위반 딱 하나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기를 흔드는 행위를 했다”며 이 특별감찰관을 겨냥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의 몸통은 우 수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검찰로선 압수수색 단계부터 ‘투트랙 수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건은 서로 연결된 부분이 있어서 함께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 검토를 해서 일단 8곳을 대상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넥슨코리아, 그리고 이 특별감찰관과 대화를 나눈 기자의 휴대폰까지 1차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당초 검찰 주변에서는 우선 우 수석에 대해 수사가 의뢰된 부분(정강 관련 횡령, 아들 보직변경)과 이 특별감찰관 본인에 한정해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언론사 기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는 자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날 검찰의 보폭은 이보다 훨씬 더 넓었다. 검찰이 향후 어디까지 칼끝을 들이댈지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이 특별감찰관 집무실과는 반대로, 우 수석의 집무실은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의 사무실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기본적 수사 절차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특별감찰관의 경우는 업무상 알게 된 내용을 누설한 것인지 확인하려 한 것”이라며 필요범위 내에서만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결과에서도 ‘균형’이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특별감찰관의 이날 사의 표명은 우 수석을 향해 ‘나처럼 전직 신분으로 검찰 수사에 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와 반대로 그의 혐의만 구체적으로 입증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버텼던 우 수석이 이제 와서 갑자기 직을 내려놓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이날 ㈜정강의 금고가 텅 비어 있었다는 사실은 향후 우 수석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어차피 수사 결론은 ‘우 수석 무혐의, 이 특별감찰관 기소’일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우 수석이 현직 신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이번 수사의 공정성 논란은 더욱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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