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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ㆍ기회독점 해소 가장 중요… ‘한국의 버니 샌더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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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는데…
지자체가 예산 아껴 뭘 좀 하려면
정부가 막는 건 민주주의 침탈
청년배당이 사회 의제가 돼야
증세 없이도 복지확대 가능한가
성남시에선 이미 실현 중
4대강 등 쓸데없는 정부 예산
5%만 줄여도 20조원 확보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나는 축구로 치면 중앙수비수
수비수가 골 넣는 경우도 많아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아
이재명(52ㆍ사진) 경기 성남시장은 “한국 사회에서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이 시작됐다”며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재벌 대기업에 쏠려 있는 자원, 기회, 잠재력을 올바르게 재분배해야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1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일보ㆍ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가진 ‘2017 도전하는 리더들, 시대정신을 말하다’ 대담에서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꿈꾼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시장은 “불평등 심화로 복지 정책이 대안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다”면서 “기본소득을 우리 사회 주요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청년배당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증세 없이도 복지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성남시의 불필요한 예산을 아껴 청년배당, 보육복지, 어르신 일자리 사업 등 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복지를 실천했다”며 “중앙 정부가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쓸데 없는 예산의 5%만 줄여도 연 20조원은 확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내년 대선 도전 여부에 대해 “필요한 건 뭐든지 다 하려는 편이지만 가능하냐는 문제는 또 다르다”고 거리를 두면서도 “당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축구로 치면 야권 핵심 지지층의 욕구를 대변하는 중앙수비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자신을 ‘부당한 압력과 기존 관행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을 반대하며 11일 동안 단식을 한 것도,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성남시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ㆍ무상교복ㆍ무상산후조리)를 실시한 것도 지방자치와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을 때부터 헌법에 나온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꿈꿨다는 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축구에 비유하면 화려한 플레이의 공격수 대신 뒤를 단단히 지키며 핵심 지지층에게 믿음을 주는 중앙수비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장을 맡은 지 6년이 됐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시민운동가로, 또 행정가로 변신을 거듭한 이유가 궁금하다.
“행정가,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모두 나에게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공장노동자 출신으로 1982년 대학에 들어가 격변기를 살며 나와 가족, 이웃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합리적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주체적 활동이 가능한 변호사를 선택했다. 이후 형식적 민주주의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시민운동가의 길을 갔고, 정당민주화, 선거공영제 등으로 정치가 도둑들의 향연이 아니고 꿈과 이상을 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더 유용한 수단으로 행정가, 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고 있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단식한 것을 두고도 찬성과 반대가 갈렸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아껴 자체 권한으로 고유 업무 하려는 걸 정부가 막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침탈이다. 지방재정개편안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지방자치를 통째로 훼손하는 조치이고 이는 성남만의 문제도 아니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있는 개구리는 나올 때를 놓치고 죽을 수밖에 없으니 후다닥 튀어 나와야 했던 거다. 그래서 단식농성이라는 눈에 띄는 저항 수단을 선택했고,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성남의 시정 구호가 ‘시민이 행복한 성남,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다. 이 시장은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나.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를 바란다. 그런데 기회, 자원, 소득 모든 면에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한 쪽이 지나치게 독점해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거다. 불평등과 기회 독점의 해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정치인 이재명은 젊은 세대에게 진보 정치의 새로운 기수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이 시장에게 진보란.
“스스로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나는 보수다’라고 얘기 할 정도로 전통적 의미의 보수적 가치를 지향한다. 사실 현재 보수로 불리는 집단은 보수 이전의 전근대적 세력을 포장한 것이다. 여전히 편법, 불법, 특권이 유용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걸 고쳐 법과 상식이 지배하는 정상 사회로 가게 하려는 시도를 과연 진보라 할 수 있나. 그건 보수의 가치다.”
-내년 대선에 출마할 건가. 내년은 아니어도 다음 대선에는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 보이나(웃음). 뭐든 필요한 건 한다는 주의라서. 대통령도 하나의 수단으로 보기는 한다. 대통령 할 수 있음 해야지, 안 하겠다면 거짓말이다. 다만 가능하냐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다. 가능하지 않은데 하겠다는 말을 하면 바보다.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위해 김부겸ㆍ유승민 의원은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하는데.
“증세 없이도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 제가 증명했다. 성남 인구가 100만명인데 복지 비용은 1,000억원이 채 안 된다. 1인당 10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청년배당, 보육복지, 일자리 사업을 다 하고 있다. 가장 호평 받는 초등학생 주치의 제도는 3억2,000만원이면 된다. 성남이 돈이 엄청 많아서가 아니다. 주민 1인당 책정된 연간 예산은 안산, 안양이 성남보다 더 많다. 다른 지자체는 정부에서 지원 받은 예산을 줄이면 고스란히 정부에 되돌려 줘야 하지만 성남은 정부 지원 안 받는 대신 예산 아끼는 만큼 지역 주민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쓸 수 있다. 세금 악착같이 받아내고 도로ㆍ조경 수리ㆍ보수비를 3분의 1로 깎았다. 만약 중앙 정부가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쓸데 없는 예산의 5%만 절감해도 2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보다 훨씬 낮게 깎아 준 법인세를 5%만 올려도 6조~7조원이나 된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기본소득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고용 없는 성장과 제4차 산업혁명을 지켜볼 때 기본소득 의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결국 공론화되지 않겠나.
“부분적 기본소득이다. 불평등 심화로 전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르자 복지 정책이 대안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다. 처음에는 선별 복지, 다음엔 보편 복지가 떠올랐지만 문제를 완전히 풀지 못했고 기본소득 정책이 새 대안으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을 우리 사회 주요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청년배당을 시작했다.”
-저성장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자원과 기회의 독점 때문이다. 정치가 힘을 발휘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자원, 기회, 가능성 등을 재분배해야 성장도 가능하다. 국가 전체로 볼 때 이익일 것 같아도 그 이익이 특정 소수에 집중되다 보니 다수는 손해를 보고 있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강화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반도와 동북아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사드 배치 논란을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무능해서 일어난 일로 보는 시각이 있던데 난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라고 본다. 사드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군사 분쟁까지 가능하게 됐는데 제일 손해 보는 건 우리다. 그런데 특정 정치 세력은 이익을 보게 돼 있다. 박근혜 정부다. 지금까지 남북 분단과 대치 상황을 정치에 이용해 왔는데 이제 안 먹힐 것 같으니까 미중의 대립, 소위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충돌이라는 요소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거다. 사드 논란으로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진보 진영이 밀리고 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 시장의 비전은 무엇인가. 보수적 국민들은 안보에 대한 진보의 생각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통일은 우리의 유일한 탈출로다. 그런 측면에서 통일을 떠받치는 안보도 중요하다. 보수는 안보에 능하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반드시 깨야 한다. 진보 세력이 안보에서 수세적 입장에 처하게 된 건 이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정책이 바람직하고 진정으로 평화를 지향하는 세력이 누구인가를 공격적으로 설명해 부당한 공격에 정면 돌파했어야 하는데 안보는 얘기하면 손해가 된다고 피해버렸다.”
-국민들에게 정치인 이재명은 어떤 사람인지 자기 소개를 한다면.
“정치인은 계약된 머슴이다. 저는 ‘책임지는 머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성남시장을 맡은 지 3년 6개월 만에 막대한 빚을 거의 갚고 남긴 돈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 공약 이행률이 90%대다. 그런 성과들이 밑바탕이 돼 국민들로부터 대선 예비 후보로 꼽히는 것 아닐까.”
-프로축구단 ‘성남 FC‘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 경기장에서 여야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선수로 뛰고 있다고 가정하면 이 시장은 어떤 포지션에 있다고 보나.
“중앙수비수다. 정치는 구성원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전체적으로는 팀워크를 잘 갖추느냐에 승부가 달렸다. 제 역할은 야권 핵심 지지층의 욕구를 대변하는 것이다.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공격수 역할은 다른 사람이 할 것이고 제 몫은 아니다. 보통 공격수가 골을 많이 넣어 주목을 더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승부를 가르는 결승골은 공격수가 아니라 중앙수비수가 넣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대세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웃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비주류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켰다. 같은 비주류 후보로서 샌더스 열풍을 어떻게 보나.
“출판사 요청으로 샌더스의 자서전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한국어판의 추천사를 썼다. 샌더스 측 인사 일부와 인연이 있어 실제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조직도 없고 돈도 없지만 혈혈단신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정책적 고민을 의제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어냈다. 특히 ‘99대 1’ 어젠다를 선명하게 제시하는 것은 놀라웠다. 제가 상식과 원칙을 어겼다고 판단하면 있는 힘껏 맞서려는 모습 때문에 샌더스를 떠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샌더스’, 되고 싶고 되지 말란 법 있나.”
대담= 김호기 연세대 교수
정리=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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