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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채권단도 나서라"… 한진해운 새 국면

입력
2016.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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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1000억원 턱없이 부족

美 압류금지 받기 위해 지원 절실"

법원, 회생 염두 두고 공식 요청

금융당국·채권단은 냉랭한 반응

"금융 지원해도 회수 가능성 낮아

물류대란 해소 후 청산이 현실적"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법원이 정부와 채권단에 회생을 위한 금융 지원을 7일 공식 요청했다. 지금까지 정부와 한진그룹측이 내놓은 지원 방안은 한진해운 회생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한진해운 선박의 화물 하역을 위한 거점항만으로 지정된 미국의 법원에서 압류금지명령(스테이 오더)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결국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 등으로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한진해운 물류대란 사태는 또다시 새 국면을 맞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수석부장 김정만)는 이날 입장 자료를 내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KDB산업은행에 ‘한진해운에 대한 DIP파이낸싱(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신속 제공 검토 요청’ 공문을 이날 발송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특정 기업을 위해 정부와 채권단에 이처럼 강력한 금융 지원 요청을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우선 법원은 한진해운에 대한 신속한 금융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현재 비정상 운항 상태의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가액은 약 140억 달러(약 15조원)로, 이를 기간 내 운송하지 못할 경우 화물 가액 상당의 손해는 물론 우리나라 기업의 현지 공장 가동중단 등의 확대 손해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이 발표한 1,000억원의 지원 방안은 그 실행 시기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한진해운의 정상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6일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1,000억원을 더해도 여전히 부족하다”며 기존 대책과 별도의 추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특히 추가 자금지원이 미국 법원에서 압류금지명령을 받아내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은 6일 ‘한시적 임시승인처분’을 내렸지만 오는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를 위한 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해 제출할 것을 명했다”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물류대란 해결이 요원해져 한진해운은 결국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와 한진해운이 원활한 하역을 위해 선정한 거점항만 중 3곳이 미국 항만임을 감안하면 정부와 채권단의 금융지원 결정이 늦어도 오는 9일 밤까지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미국 법원에서 화주 등 채권자들이 압류금지 결정에 강한 반대 의사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려면 금융지원을 통한 한진해운의 회생 계획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이런 요청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냉랭하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로선 자금 지원이 어렵다”면서 “법정관리 이후 해운동맹(CKYHE)에서 퇴출된 한진해운은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 금융지원을 해도 회수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선을 그었다. 산은은 또 한진해운 청산 시 DIP파이낸싱으로 빌려준 돈을 우선 변제 받는다고 해도, 그만큼 기존 채권에 대한 변제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최대 채권자인 산은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법원이 내민 카드를 선뜻 받기 어려운 것은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부족자금은 대주주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보낸 금융당국이 손바닥 뒤집듯 다시 금융 지원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날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법원과 정부ㆍ채권단의 이런 의견 차는 한진해운의 전망을 보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한다. 법원은 당장의 물류대란 해소뿐 아니라 한진해운의 회생까지 염두에 두고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관리 하에서는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자금 수혈만 있다면 회생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채권단은 ‘물류대란 해소 후 청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혼란을 최소화한 뒤 질서 있는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 가장 현실 가능성 높은 대안”이라며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굳이 법정관리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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