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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동물 영화 4

입력
2016.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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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지났으나 추석 연휴는 아직 남았다. 귀경과 귀성에 따른 여독을 풀기 좋은 꿀 같은 3일이다. 작은 화면의 노트북이든 대형 텔레비전이든 밀린 영화를 보기에도 좋은 시간. 동물을 사랑하는 영화 팬들도 동물에 대한 영화들과 마주해도 좋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새삼 반려동물이 사랑스러워지고,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동물이 사무치게도 그리워질 영화들이다.

벤지(1974)

영화 '벤지' 예고편 캡처
영화 '벤지' 예고편 캡처

반려동물 영화 중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떠돌이 개 벤지의 모험을 그렸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길거리를 떠돌던 벤지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며 친절을 베풀던 두 어린이가 납치되는 모습을 목격한다. 납치범들을 힘겹게 따라붙은 벤지는 아이들에게서 받은 구조요청 쪽지를 입에 물고 도움을 받기 위해 내달린다. 위기에 처한 납치범들이 벤지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활극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벤지 역할을 ‘연기’한 히긴스는 1960~70년대를 풍미한 스타 견이다. 보드테일러와 슈나우저 등의 믹스견인 히긴스는 유기견으로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가 할리우드 동물훈련사인 프랭크 인에 의해 구조된 사연을 지녔다. 인의 타고난 조련 실력과 히긴스의 재능이 결합되면서 히긴스는 할리우드 최고 동물 스타가 됐다. 여러 영화와 TV쇼 등에 출연했던 히긴스는 1971년 11세 고령에 은퇴했다가 74년 14세에 ‘벤지’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히긴스는 절박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벤지의 모습을 빼어난 ‘연기력’으로 묘사한다. ‘벤지’는 히긴스의 은퇴작이 됐다. 이후 나온 ‘벤지’ 속편들에선 히긴스의 딸 벤진이 벤지 역할을 했다. 히긴스는 여생을 그의 친구이자 트레이너인 인과 함께 보내다 17세에 숨졌다. 감독 조 캠프.

101마리 달마시안(1996)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 예고편 캡처
영화 '101마리 달마시안' 예고편 캡처

영국 런던에 사는 로저(제프 다니엘스)와 아니타(조엘리 리처드슨)는 각각 달마시안을 기르는 반려인이다. 로저는 반려견 퐁고를 아니타는 퍼디를 데리고 어느 날 공원에 나갔다가 한바탕 소동을 겪는다. 서로 첫 눈에 퐁고와 퍼디의 애정행각 때문에 로저와 아니타는 연못에 빠진다. 두 사람은 로저의 집에서 몸을 말리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한다. 퐁고와 퍼디도 결혼하면서 두 쌍의 커플이 가정을 이루게 된다. 퐁고와 퍼디는 101마리의 새끼까지 낳으며 집안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아니타가 다니는 패션회사의 사장 크루엘라(글렌 클로스)가 101마리 달마시안에 눈독을 들이며 로저와 아니타의 삶에 먹구름이 낀다. 크루엘라는 아니타가 스케치한 달마시안 무늬 코트를 보고 새끼 달마시안으로 모피코트를 만들려고 한다. 동물원 호랑이 가죽으로 옷을 만들 정도로 모피광인 크루엘라가 새끼를 팔라고 로저와 아니타에게 요구하면서 영화는 한판 소동극을 펼쳐낸다.

재기 발랄한 견공들의 활약상을 눈길을 잡는다. 아침에 커피를 뽑아주고 잠까지 깨주는 달마시안들이 기지를 발휘해 크루엘라의 음모를 저지하는 과정이 유쾌하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한때 미국에선 달마시안 입양 붐이 일었다. 그러나 반려인들이 영화 속처럼 똑똑하지 않다는 이유로 달마시안을 버리는 일들이 잦아 뉴스가 되기도 했다.

도디 스미스의 소설 ‘101마리 개들의 대행진’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1961년 제작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하다. 감독 스티븐 헤렉.

퀼(2004)

영화 '퀼' 예고편 캡처
영화 '퀼' 예고편 캡처

맹인 안내견의 일생을 그린 일본영화다. 도쿄에서 태어난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강아지 퀼은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진다. 맹인 안내견 훈련 센터에서 테스트를 볼 때마다 떨어지지만 퀼은 주인의 명령을 반드시 지키는 특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힘겹게 훈련을 다 마친 퀼은 50대 남성 와타나베를 첫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 고지식하고 동물을 싫어하는 와타나베는 처음엔 맹인 안내견을 신뢰하지 않으나 곧 퀼과 마음을 맞추게 된다. 와타나베는 퀼 덕분에 나들이의 즐거움을 얻었으나 곧 이별의 시간을 맞게 된다. 와타나베가 쓰러지면서 퀼은 다른 맹인 파트너를 만난다.

영화는 퀼을 통해 맹인 안내견의 헌신으로 일관하는 삶을 그려낸다. 맹인 안내견이 맹인들 활동에 도움을 주는 정도를 넘어서 정신적 힘이 되는 모습들을 담백한 화법으로 표현했다. 재일동포 유명 감독 최양일이 연출했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와 ‘피와 뼈’ 등 사회비판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영화들을 주로 만들었던 최 감독이 맹인 안내견의 삶을 담아낸 점도 눈길을 끈다. 베스트셀러 ‘맹인 안내견 퀼의 일생’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말리와 나(2008)

영화 '말리와 나' 예고편 캡처
영화 '말리와 나' 예고편 캡처

반려견과 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서로 반대되는 성격이면서 사랑에 빠진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존(오언 윌슨)이 영화의 중심 인물이다. 존은 결혼 뒤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제니에게 부모 연습을 하자며 래브라도 리트리버종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한다. 강아지의 이름은 말리. 어린 말리는 집안에서 아기 역할을 하며 웃음꽃을 피운다. 제니와 존은 장난꾸러기 말리의 재롱으로 일상의 피로를 지운다. 부부는 아이들을 낳고 말리는 갖은 사건사고를 일으키지만 늘 가족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에 놓인 숙명적인 비극을 피하지 못한다. 사람과 삶의 사이클이 다른 말리는 금세 자라고 13년 뒤 노견이 된다. 움직임이 둔한 말리를 보며 제니와 존은 이별을 준비한다.

반려동물을 통해 등장인물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다. 제니와 존은 말리를 통해 삶의 용기를 얻고 가족의 가치를 알게 된다. 미국 플로리다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꾸며진 화면도 인상적이다. 안단테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큰 공명을 부른다. 반려견의 일생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가슴 저릴 영화. 작가 존 그로건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동명의 책을 원작 삼았다. 감독 데이빗 프랭클.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정유경 인턴기자 (서강대 프랑스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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