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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망망대해 한진해운 선원들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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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노동조합이 23일 법정관리 사태 3주를 겪으면서 난민생활에 가까운 한진해운 선원들의 공해상 생활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들에서는 빈 감자 박스, 물부족으로 인해 세탁하지 못한 때묻은 작업복이 담겼고, 일부 선원들은 “집에 가고 싶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섰다.
한진해운 노동조합 이날 오후 언론에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는 공해상을 떠돌며 피폐해진 선원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갑판과 조타실 등에서 촬영된 영상은 부족한 물과 부식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있었다. 선원들은 비어있는 부식상자와 세탁물이 쌓여있는 모습과 함께 “우리는 상선의 선원들이다. 물이 부족해지고 식료품이 떨어져가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외친다. ‘해운을 잃으면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박에 탄 20대 여성 실습항해사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한진해운 선박에 저처럼 큰 꿈을 품은 실습항해사 친구들이 있다”며 “그들도 부식과 청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 비정상항해선은 사선(직영선박) 기준 47척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은 용선(빌린 선박)을 포함하면 60여척, 1,200여명 선원들이 공해상에 머물거나 해외 압류된 상태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공해를 떠도는 이유는 항만이용료 등의 체불로 입항하면 선박 압류 등 또 다른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신항 한진해운터미널 관계자는 “부산신항에는 입항시켜도 압류된다는 우려는 없지만 해외 항구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진스칼렛호(4,600TEU)는 항만이용료 체불을 이유로 최근 캐나다 측에 압류됐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서는 한진스칼렛호 선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20여명의 선원들은 저마다 피켓을 들고 갑판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피켓에는 “가족들이 보고 싶다”,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진해운의 침몰은 대한민국호의 침몰”, “해운을 잃는다면 나라도 없다” 등의 절박한 심경이 담겼다.
그러나 한진해운 선원들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회생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 머물고 있다는 한진텐진호(6,500TEU)의 한 선원은 “60년에 걸친 항해를 멈출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선원은 “국민 여러분, 한진해운에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는 계속 달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다른 선박에서 한 20대 선원은 “한진해운은 대한민국 성장의 한 축이었고 많은 선배들의 노력이 한 순간 무너질까 봐 걱정된다”며 “단순하게 한진해운이라기 보다 대한민국의 해운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노조는 선원들의 영상 편지를 이날 오후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상영했다.
이들 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한진해운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절박한 수준은 아니지만 선원들은 부식과 물을 아끼면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진해운 회생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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