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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재단 집착이 문제. 퇴임 후 ‘갈등 조정’ 역할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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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의 실세들이 만든 대통령 재단의 구조적 문제는 ‘밀실 운영’과 재벌에 편중된 기금모금의 강제성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기금조성과 운영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기존 재단을 공익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은 특정 단체 중심이 아닌 ‘정치적 갈등 조정’이라는 역할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이후 공익을 추구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터전으로 재단을 원해왔다. 그 이면에는 차기 정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금 출처 역시 밝히기 싫은 경계심이 작용했다. 이 모순된 심리 속에 탄생한 것이 대통령의 재단법인이다. 민법의 적용을 받는 재단법인은 운영 목적상 공익성을 가지지만 관리 규정은 영리 목적의 사단법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다. 공익이란 명분을 살리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한 체계란 얘기다.
때문에 법조계에선 대통령들이 굳이 재단을 운영할 예정이라면, 재단법인 형태가 아니라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율 받는 공익법인 형태로 전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재단법인의 관리ㆍ감독은 ‘재단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 감독한다’(민법 37조) 정도에 불과하지만, 공익법인은 ‘재산 변동은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공익법인법 11조), ‘주무 관청이 운영 과정 중 문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나도 응하지 않을 경우 이사의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동법 14조)는 조항이 있어 상대적으로 자금 운용과 재단 운영 전반에 투명성이 보장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공익법인 설립이라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민법상의 재단법인을 운영한다는 것은 뭔가 숨길 게 있기 때문”이라며 “기금 모금 내역과 운영 방식이 떳떳하다면 절차상 큰 품이 들지 않는 공익법인으로 재단의 성격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은 전직 대통령들이 재단 대표의 직위가 아닌, ‘갈등 조정자’란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전직 대통령은 극한의 이념 대립이나 국가적 갈등에 대해 통합을 시도하는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정기적인 연구 포럼이나 기념 도서관 중심으로 활동해도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들이 공익적 활동을 원한다면 기존의 공익법인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그렇게 사회복지와 공헌 사업을 하고 싶다면 기존 공익법인에 기부 혹은 투자하는 게 올바른 정치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꼬집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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