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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왜 결방됐을까

입력
2016.10.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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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김상중.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김상중.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자주 결방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다음주 주제는 ‘그것이 알고 싶다’ 결방에 대해서 해주세요.” “올해 결방한 5편 연속방송 해주세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15일 결방한 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시청자들이 단단히 화가 난 듯합니다. 올해만 벌써 다섯 번째 결방이라는군요. 지난 1월 30일엔 리우올림픽 축구 아시아최종예선 결승전 때문에, 8월 6, 13, 20일에는 리우올림픽 생중계로 3주 연속 결방했습니다. 올림픽도 끝났고 특별한 사건도 없는데 대체 15일엔 왜 결방한 걸까요.

시청자들은 외압 의혹을 제기합니다. 지난 1일과 8일 방송을 통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시위진압용 살수차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공지를 내보낸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템을 껄끄러워한 청와대가 방송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SBS와 제작진에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타이밍이 이렇게 맞아떨어질 리 없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결방한 자리에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번째 사랑’이 연속 방송되니 ‘그것이 알고 싶다’를 기다려온 시청자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입니다. ‘끝에서 두번째 사랑’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 드라마는 아니었으니까요. 비인기 드라마 때문에 신뢰받는 인기 시사프로그램을 결방한다는 논리가 언뜻 이해가 안 가긴 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외압 의혹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SBS와 제작진 모두 외압과는 무관한 결방이라고 해명합니다. ‘끝에서 두번째 사랑’이 리우올림픽 당시 결방한 탓에 종방까지 홀수분(3회)을 남겨둔 상황이었고 종방일을 일요일에 맞추려면 2회 연속방송이 불가피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 대신에 일요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스페셜’을 결방했다면 어땠을까요. SBS에 따르면 이 방안도 논의되긴 했답니다. 하지만 ‘SBS 스페셜’이 내달 중순 창사특집과 내년 1월 초 신년특집을 두 축으로 그 사이 아이템이 죽 잡혀 있는 상황이라 라인업을 흔들기 어려웠다는군요. 더구나 외주제작사가 번갈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형태라서 결방이나 방송 지연으로 인해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SBS는 “편성상 선택의 여지 없었다”고 말합니다.

제작진의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역시 외압 의혹은 부인합니다. 외압설을 접하곤 다소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15일 결방은 꽤 오래 전 결정된 사안”이라며 “제작진은 22일 방송에 맞춰 취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15일 결방이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워낙 민감한 데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탓에 취재를 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기에 시간이 빠듯했다고 합니다. 1주일 시간을 벌었으니 더 충실한 방송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죠.

또 다른 관계자는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SBS 시사교양의 힘이 상당히 강한 편”이라며 “만약 외압 때문에 결방했다면 시사교양 PD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외압 의혹에 대해선 “시국이 시국인 만큼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고 털어놓습니다. 뜬금없는 의혹이 아니라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겁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대해 주치의를 제외한 의학계 전문가 대부분이 외인사라고 주장합니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했다는 사실은 사건 당시 경찰 스스로 작성한 상황보고서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혹은 청와대) 입장에선 눈앞에 빤히 보이는 증거와 전문가들의 의견만으로도 난처한 입장인데, 이 문제를 깊숙이 파고들어오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얼마나 눈엣가시 같았을까요. 시청자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기에 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겠죠.

청와대에서 작성했다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고 이 블랙리스트가 위력을 발휘한 정황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표적 감사를 받았고 20년간 영화제를 이끌어온 집행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혹여 거센 외풍이 불어 닥치더라도 ‘그것이 알고 싶다’만큼은 흔들리지 말고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 주길 바랍니다.

한 주 거른 ‘그것이 알고 싶다’는 22일 정상 방송됩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을 다룹니다. ‘본방 사수’를 권합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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