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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깜짝’ 개헌 카드에 여론은 양분

입력
2016.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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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헌법 개정을 완수하겠다’며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면서 여론도 급격히 양분되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개헌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워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두둔한 반면, 진보세력은 ‘최순실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를 무마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일제히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박근혜정부의 개헌 논의는 국민여론을 토대로 한 합의의 결과물”이라며 “다음 행정부에서 국정 연속성의 실종, 레임덕 등 5년 단임제의 폐단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밝혔다. 뉴라이트 계열 싱크탱크 시대정신도 이날 논평을 통해 “1987년 헌법이 시대상황과 맞지 않아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매번 논의에만 그치고 말았다”며 “특히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어렵게 해 개헌을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진보단체들은 박 대통령의 개헌을 갑자기 꺼내든 것은 정치적 노림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권력형 비리와 실정을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개헌 제안”이라고 규정한 뒤 “백남기 농민 사망,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참사 등 굵직한 민생 이슈가 개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장은 “개헌 논의 자체가 대통령 권력 재편에만 쏠려 있는 만큼 복지, 통일 등에 관한 전국민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 반응도 찬반 양론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변호사 황모(41)씨는 “대통령이 누구냐에 상관 없이 개헌을 지지해 왔다. 5년 단임제는 정치인들이 정권 재창출에만 관심을 갖는 폐단을 낳아 대선ㆍ총선 시기가 일치하는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모(35)씨는 “현행 헌법은 70년대 시대정신에 머물고 있다. 매년 새로운 법이 탄생하고 개정되는데 낡은 헌법과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개헌 당위성과 별개로 박 대통령이 시국과 무관한 개헌 이슈를 내놓은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회사원 신모(28ㆍ여)씨는 “박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이 정국을 뒤흔드는데 뜬금없이 개헌이라는 거대담론을 꺼내든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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