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아직 9명 있어요" 새해 첫 촛불집회 눈물바다

유가족 절절한 무대 발언에 현장 곳곳 눈물

실종 허다윤양 父 "아직 9명의 생명 있다" 인양 호소

생존학생 "죽은 친구에 지금도 카톡·전화해봐"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000일, 박근혜 즉각퇴진을 위한 11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세월호 즉각 인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000번의 (2014년) 4월16일이 지났을 뿐입니다."

정유년(丁酉年) 첫 주말 촛불집회이자 '세월호 1000일 추모' 집회 현장. 세월호 인양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자유발언에 서울 광화문광장은 눈물바다로 변해버렸다. 유가족, 생존학생 등의 절절한 한마디 한마디에 참가자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눈물을 훔치거나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듯 손으로 입을 가친 채 듣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눈에 들어왔다.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안산 단원고 2학년8반 고(故) 장준영군의 부친인 장훈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은 세월호국민조사위 발족식에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00일이 지났다. 1000번의 4월16일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아들을 떠나 보내고 우리의 시간과 달력은 넘어가지 않았다. 달력을 넘길려면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 왜 그 커다란 배가 침몰을 했는지 우리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정부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국민과 세월호 유가족들이 함께 진상규명을 하자"고 절규하듯 외쳤다.

'실종자'인 단원고 2학년2반 고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허씨는 "세월호에는 아직 9명의 생명이 있다. 세월호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마지막 1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 기억하고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생존 단원고 학생 10명(설수빈·양정원·박도연·이인서·장예진·김진태·심수빈·김선우·이종범·박준혁)도 무대 위에 올랐다. 이들은 "우리는 구조된 게 아니다. 스스로 탈출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학생들은 "배가 기울고 한 순간에 머리 끝까지 물이 들어왔다. 정말 구하러 와줄 것이라고 믿었지만 우리는 결국 사랑하는 친구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나. 그건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것"이라며 울먹였다. 학생들은 "답장이 안와도 (죽은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고 계속 전화도 해본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고 꿈에 나와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고 말할 땐 눈물을 닦으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이 나오지 않은 7시간을 대통령의 사생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 7시간 안에 당장 나오라는 말만 해줬으면 지금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故) 한세영양의 아버지인 한재창씨는 "함께 슬퍼해주고 행동해 준 국민들이 없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같이 싸워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명 '작년, 재작년' 발언도 어김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장은아 4·16 대학생연대 대표는 "국민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게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작년이냐 재작년이냐'고 했다"며 "국민은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부패한 정권은 참사 날짜조차 기억 못하고 그날 뭐가 문제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 자리에서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라고 말한 바 있다.

권지인 리멤버 0416 대표는 "첫사랑을 회복하자 그런 말이 있다. 998일 전 오늘 지독히 슬픈 첫사랑에 빠졌다"며 "다시 오늘 998일, 내일 모레 1000일 그리고 9명이 돌아올 때까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첫사랑은 지독하게도 계속 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00일째가 되는 날은 월요일인 오는 9일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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