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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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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만든 비행기 같은 자동차, 다이맥시온
냅킨에 그린 스케치로 일약 스타가 된 미니
자동차 모델 체인지의 역사를 만든 할리 얼
책은 종이가 발명된 이래 세상사의 기록이자 지혜의 효율적인 전파 매개체다. 저자의 생각을 능동적으로 재해석해 나만의 지혜로 삼는 방법만 안다면 책은 세상 그 어떤 도구보다도 효율적으로 기능한다. 의도를 기획하는 영상 매체의 강력한 전파력에서 잠시 벗어나 나와의 대화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앞으로 애장하는 자동차 서적을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책은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
자동차는 산업 디자인의 꽃이다. 이 책에는 시간의 흐름에 구애 받지 않는 아이코닉 자동차가 여럿 나온다. 자수성가한 건축가이면서 뛰어난 사상가였던 벅민스터 풀러의 다이맥시온(Dymaxion)은 마치 비행기 같다. ‘다이내믹과 맥시멈’의 조합인 이 차는 날개만 없을 뿐 금방이라도 비행할 듯한 모양새다. 미래지향적인 상상력은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디자인한 아들러 자동차와 함께 건축가가 자동차 디자인에 관여한 독특한 사례로 손꼽힌다.
부가티 타입 57 아틀란틱은 에토리 부가티의 장남 장 부가티의 작품이다. 클래식 경주차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층 세련된 언어로 다듬었다. 롤스로이스를 개조해서 만든 특권층의 대명사 부가티답게 귀족적인 느낌을 담은 디자인이다. 당시 가격으로 롤스로이스 팬텀이 9500달러일 때 부가티 로얄은 2만6250달러를 기록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부가티는 ‘넘사벽’ 브랜드였다. 현재 랄프 로렌 컬렉션으로 잘 알려진 바 있다.
벤틀리 뮬리너(Mulliner) R 타입은 환상과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자동차다. 아름다운 비례와 독특한 표면 처리가 돋보인다. 장인이 빚어낸 보디에 아름다운 첨단 기술을 덧씌웠다. 피아트 판다는 5인승 소형차 패키지의 표본이다. 폭스바겐 골프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운전자의 입장에서 만들었다. 상자를 포갠 듯한 단순한 디자인은 철저한 기능미의 산물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달리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태어난 알렉 이시고니스의 미니 또한 불필요한 장식을 버리고 실용성만을 추구했던 기능주의를 상징한다. 진실, 믿음, 효율이 1세대 미니에 어울리는 단어다.
이 책은 디자이너 또한 깊게 다룬다. 대표적인 인물이 제너럴 모터스의 할리 얼. 클레이 모델로 차체를 빚어내고 그 유명한 캐딜락의 핀 테일을 달았으며 해마다 모델을 바꾸어 자동차를 산업 경제학의 영역에 접목 시킨 인물이다.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뽐낸 플라미니오 베르토니의 시트로엥 DS는 이전까지 없었던 완벽하게 새로운 디자인 언어이며, 조반니 미켈로티의 기하학적인 차체 구조를 가진 BMW 3시리즈의 변천사 또한 인상적이다. 패밀리 룩에 기여한 키드니 그릴의 변화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는 ‘디테일이 전부’라는 세간의 명제를 읽을 수 있다.
알다시피 전문적인 자동차 서적은 낯선 내용을 매끄럽게 다듬는 번역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세상을 바꾼 50가지 자동차’는 ACCD 출신 디자이너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인 권규혁이 번역을 맡아 믿음을 준다. 다음은 독자를 위해 그가 보내온 책의 번역 소감이다.
모든 분야는 전문용어 분만 아니라 일반적인 단어처럼 보일지라도 경우에 따라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wing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날개를 뜻한다. 요즘 차를 다루는 문장에 wing이라는 단어가 쓰였다면 대체로 에어 스포일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클래식카의 경우 흙받이로부터 발전하여 날개모양으로 앞바퀴 위를 덮은 펜더를 의미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이 번역이 이루어지면 전문가가 번역본을 보고 수정한다 해도 놓치는 부분이 나타나기 쉽다.
원문이 그리 친절한 편은 아니어서 번역이 쉽지는 않았으나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원작자가 선정한 50가지 자동차들을 둘러보면서 공감이 되기도 했고, 또 어떤 차종에 대해서는 왜 이차를 포함시켰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으며, 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차들도 있었고 어지간한 마니아라 해도 모를만한 차들도 있었는데 다채로운 관점에서 해당차종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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