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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고민, "타주세요, 카셰어링 아반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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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일대를 주름잡는 '해주세요'라는 심부름센터가 있다.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해주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다. 스쿠터 라이더가 의뢰인의 편의점 심부름부터 중요한 서류, 배달원이 없는 작은 식당의 메뉴까지 가져다 주는 등 전 방위적 서비스를 펼친다. 이름 하나 잘 지었다 싶지만 굳이 잘나가는 배달 브랜드 이름까지 들먹이는 이유는 ‘타주세요’ 캠페인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쏘카 제로카셰어링의 본질은 내 차를 쓰지 않을 때 교통수단이 필요한 사람과 자동차를 공유해 서로 이득을 보는데 의의가 있다. 출퇴근 용도로만 쓰는 사용자라면 하루의 대부분을 불특정 다수(쏘카 회원)와 공유해 월 이용료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일보 모클팀은 아반떼를 취재차로 쓰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 가량만 사용할 뿐 주말을 포함한 대부분 일정은 공유에 나선다. 동참할인율 90%를 넘나드는 편이다.
하지만 처음 카셰어링을 시작한 이래 2월 할인료 28만4000원을 기점으로 24만7000원, 20만7000원으로 떨어지더니 5월은 17만1000원을 기록 이후 한번도 할인료 20만원 대를 회복한 적이 없다.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바로 우리의 쏘카존 근처에 경쟁업체(?)가 불쑥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서울역 직영 쏘카존이다.
원인을 분석해 매출을 올리는 건 장사의 기본 아닌가? 불쑥 서울역을 찾았다. 서울역 롯데마트 옥상에 보무도 당당히 쏘카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다. 심지어 차도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 투싼 등 최신형 SUV 모델이다. 갖고 있던 쿠폰을 써서 쏘나타를 2시간 예약으로 타봤더니 실제 부과된 금액은 1만원 내외였다. 지난 4월 쏘카는 2,000대에 이르는 대규모 카셰어링 차종 확보를 공표했으며 이후 쏘카존은 급속도로 늘어 서울역 주변에서만 10곳 이상의 쏘카존이 성업 중이다. 시기를 비롯해 다각도로 점검해보니 결국 서울역에서 넘어오던 고객의 발길이 멈춘 게 가장 큰 타격으로 예상된다.
큰 돈을 투자해 새롭게 매장을 오픈했는데 한 블럭 부근에 똑같은 가맹점을 내준 프랜차이즈 회사의 운영을 바라보는 가맹점주의 기분이 이럴까? 거짓말처럼 셰어링 횟수가 뚝 끊긴 걸 목도하니 짙은 배신감마저 든다. 차를 공유하면 받는 동참할인료는 1시간에 100원. 하루 24시간을 공유하면 2400원을 받으니 한달 내내 공유를 하면 7만2000원 할인이 되니, 결국 적극적인 공유 참여만으로는 할인의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나만 이럴까 싶어 제로카 차주들의 모임에 나가보니 ‘쏘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핸들잡기라고 불리는 대리운전 서비스에 직접 나서서 크레딧(현금성 포인트)을 받아 벌충하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하우는 꽤 많았다. 쏘카 입장에서는 충실한 사용자를 확보하는 격이니 나쁠 게 없겠지. 내공이 충만한 프로급 쏘카 사용자도 즐비하니 역시 세상은 넓고 숨은 실력자는 많다는 인생공부 중이다.
한층 아쉬운 점이 있다. 쏘카는 고객 데이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를 제로카셰어링 차주와 공유하지 않는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도 그렇거니와 어디의 누가 내 차를 이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다. 남다른 특화된 서비스를 펼치고자 노력할 수조차 없다는 얘기다. 수익이 급격하게 떨어진 5월부터 특화된 서비스를 하고자 내부 청소도 틈틈이 운영하고 가끔 음료를 꽂아두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봤지만 언발의 오줌누기와 같았다. 단골이 생겨나면 특별한 서비스를 펼쳐서 충성 고객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도무지 단골이 누군지 알 수 없는 거다. 셰어링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셰어링을 한다면 단골들을 종종 만난다지만 여기는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사무실 밀집 지역인데다 빌딩 건물이라 누가 이용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셰어링 개념조차 희박해진다. 공유는 많이 하는데 실제 수익 세이브는 많지 않으니 처음 기분과는 달리 볼멘소리만 늘어나고 있다. 지난 번 이후 사고라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싶었지만, 최근 며칠 사이 누군가가 범퍼 하단을 확 긁어놓았다. 블랙박스를 열어보는 것 또한 개인정보 때문에 차주에게 허용되지 않으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포기한 상태다. 우리의 이용 빈도도 그리 크지 않아 이른 반납까지 생각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모클팀원들이 아반떼를 타기 보다는 자차로 취재하는 걸 편안하게 생각하는 이유 또한 존재한다.
참, 국가기상위성센터 이름이 새겨진 우산과 베어링이 들어간 줄자를 트렁크에 두고 내린 우리 고객이 기사를 본다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기 바란다. 제로카 운영센터에서는 개인 정보보호 때문에 고객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업무에 꼭 필요한 도구 같은데, 도무지 연락할 길이 없어서 사무실에 보관 중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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