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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코스] 목포 밤바다에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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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 신안비치호텔 앞 → 유달산 → 갓바위 → 평화광장 바다분수
한여름의 목포 밤바다는 여수 밤바다처럼 누군가와 걷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항구에선 불을 밝힌 작은 고깃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시가지와 접해 있는 바닷가에선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낮 동안 심술을 부린 더위가 숙지근해지면 사람들은 어디에선가 하나 둘씩 해안가로 나와 산들산들한 바람을 쐬며 맥주를 들이켠다. 공기엔 아직 후텁지근한 기운이 남아 있지만, 밤바다의 운치가 주는 기회비용이 더 비싸다.
대중가요와 영화 제목처럼 목포는 항구다. 유달산에 올라 목포를 내려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목포대교 건너편엔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의 골목길을 만들고, 한쪽엔 목포항을 중심으로 스카이라인이 낮게 깔려 있어 항구와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120년 전에 문을 연 목포항 덕에 목포는 당시 남한과 북한을 통틀어 전국 6대 도시로 손꼽혔다. 개항 이후 영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근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선 일본과 서양풍의 오래된 건물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목포시립도서관은 러시아와 일본 영사관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대동여지도에 보면 목포란 이름은 과거에 이곳 지형이 바다로 들어가는 외나무다리처럼 길고 가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편, 육지로 들어가는 길에 나무가 많아 지어졌다는 설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목포는 예로부터 호남 지역의 내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요충지여서 수군의 진(鎭)이 있었다. 후삼국 시대에는 견훤의 함대가 목포 앞바다에서 왕건에게 처참하게 패하기도 했다.
영암에 취재가 있어 1박 2일로 갔다가 목포의 밤바다에 홀려 한참을 돌아다녔다. 목포 현지인들에게 간단한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받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북항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신안비치호텔 앞 해안가에 있는 카페에서 목포대교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것을 권했다. 낙지 전문점의 주방 아주머니는 유달산에 올라 목포 시내 야경을 구경한 뒤 갓바위 근처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하라고 했다. 숙소의 직원은 갓바위 근처 평화광장 앞바다에선 밤마다 커다란 분수가 나오니 꼭 보고 오라며 추천했다.
목포의 해산물 메카, 북항
차를 세우고 공원이라 부르기엔 다소 초라한 노을공원 벤치에 앉았다. 두꺼운 구름 속에서 사그라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날이 저물길 기다렸다. 아스라이 유달산과 목포대교가 보였다. 바로 앞엔 고기잡이를 마친 작은 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숨을 들이켜자 항구 특유의 짠 내음이 후끈한 바람과 함께 허파꽈리 깊숙이 들어왔다. 이곳엔 활어 위탁 판매장이 있어 다양하고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해가 넘어가자 횟집들의 간판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농어, 돔, 민어, 전복, 펄 낙지 등이 허기진 행인들을 유혹한다. 택시 기사 아저씨의 말처럼 이곳에서 푸짐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드라이브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목포의 맛, 세발낙지와 민어
목포에 왔다면 반드시 세발낙지와 민어를 먹어보길 권한다. 세발낙지는 다리가 가늘다고 해서 세(細)발낙지라고 한다. 워낙 크기가 작아 보통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먹는다. 목포와 영암, 신안 등의 지역에서만 잡혀 이곳의 대표적인 토산품이다. 산낙지, 탕탕이, 연포탕, 호롱 구이 등 먹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민어는 수심 120㎝ 이하의 진흙 바닥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로 회로 먹어도 버릴 것 없기로 유명하다. 오래 씹을수록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제법이다. 북항에서 만난 한 횟집 사장님은 쌀뜨물에 민어와 채소, 멸치 등을 넣고 탕으로 끓이거나 반건조한 민어를 쪄 먹어도 맛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목포엔 홍어, 갈치, 꽃게무침, 병어, 우럭간국 등 먹을 것만으로도 하룻밤이 모자라다.
목포대교를 바라보며 커피 한 모금
북항에서 나와 유달산 쪽으로 향하던 중 신안비치호텔 앞에 섰다. 호텔 앞엔 맥줏집과 카페가 목포대교를 바라보며 줄지어 있다. 급조해 만든 노상 테이블엔 바닷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로 옆엔 목포대교가 영롱한 불빛을 뽐내며 손에 잡힐 듯 우뚝 서 있다. 다리를 바라보며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니 갈증과 함께 피로가 잠시 사라졌다. 목포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목포대교는 목포의 시조(市鳥)인 학의 날갯짓을 형상화했다. 특히, 다리 너머로 해가 떨어질 때 일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다리는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데, 궁극적으로 서해안고속도로의 접근성을 위해 2012년 완공됐다. 한국 최초로 ‘3웨이 케이블공법’으로 지어진 사장교다.
야경을 한눈에, 유달산
높이 228m의 작은 봉우리에 가까운 유달산은 목포의 상징과도 같다. 높이는 낮지만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험한 산세 덕에 이 지역에선 금강산의 미니어처로 비유되기도 한다. 정상에 오르면 목포 시가지와 함께 멀리 다도해의 모습이 한꺼번에 보인다. 한편, 조각공원을 지나는 도로를 차로 지나는 것만으로도 차창 밖으로 소박한 목포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여름밤에 유달산 둘레를 차로 달린다면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어둠이다. 지난 2005년 목포시는 유달산을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바위산에 구멍을 뚫고 300개가 넘는 야간 경관용 조명을 달았다. 그런데 밝은 빛 때문에 매미 등의 곤충이 떼죽음을 당해 논란이 일어 지금은 모든 조명을 꺼놓았다. 그래서인지 시내 야경이 더욱 잘 보인다. 그런데 간혹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차와 마주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라.
바위에서 분수까지, 밤바다 산책
유달산에서 내려와 신시가지인 상동으로 향했다. 달맞이 공원에 차를 세우고 갓바위로 걸었다. 공원 한쪽에선 여가수가 기타를 튕기며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된 갓바위는 8,000만 년 전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응회암이다. 그 모습이 두 사람이 삿갓을 쓰고 나란히 서 있는 꼴을 닮았다 하여 갓바위라고 이름 붙여졌다. 과거엔 배를 타야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리가 놓여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멀리서 화려한 조명과 함께 형형색색을 뽐내며 솟아오르는 분수가 보였다. 목포의 명물 ‘춤추는 바다분수’다. 이 분수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부유식 바다분수’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276대의 분사용 노즐과 96대의 분사용 펌프가 최대 70m 높이의 거대한 물줄기를 현란하게 뿜어낸다. 웹사이트를 통해 사연을 신청할 수도 있고, 간혹 프러포즈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 갓바위에서 분수 쇼가 열리는 평화광장까지는 도보로 약 20분 거리인데, 가벼운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춤추는 바다분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밤 9시에 시작한다.
목포=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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