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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 대책 이후] 가점 낮고 현금 적고… 최대 피해자는 30대

입력
2017.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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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 시행되는 새 청약제도

젊은 층 수요 많은 85㎡ 이하

투기과열지구 가점비율 100%

대출한도까지 줄어 치명타

“서울서 집 사는 건 거의 불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1년 결혼해 딸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발표된 8ㆍ2 대책을 보고 서울에서 신규 아파트 분양받을 생각을 아예 접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가점제 적용비율이 기존 75%(나머지 25%는 추첨)에서 10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주택기간ㆍ부양가족 수ㆍ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으로 계산한 그의 청약가점은 41점이다. 서울 지역 당첨기준(60점 안팎)에 한참 못 미친다. 김씨는 “경기도로 눈을 돌려도 가점제 비율이 높아진 곳이 많아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8ㆍ2 대책에 따른 청약제도 개편으로 집을 구매하려던 30대가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수요자가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는 정부 설명과 달리 가점제 비율이 높아지고 대출요건마저 강화되며, 가점이 낮고 현금 자산도 적은 30대의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규칙 등을 개정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가점제 비율을 높인 새로운 청약제도를 9월 중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의 수요가 높은 전용면적 85㎡ 이하의 가점제 적용비율이 청약조정대상지역(전국 40곳)의 경우 현행 40%에서 75%,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ㆍ경기 과천시ㆍ세종)는 75%에서 100%로 높아진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부양가족수(최고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고 17점) 등을 더해 가점이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집을 우선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장인 임모(37)씨는 “이번 대책에 따르면 가점이 적은 30대가 서울에서 분양을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해진다”며 “30대가 최대 피해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정부는 혼인기간이 5년 이내이고, 임신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에게 분양하는 신혼부부특별공급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소득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당수 맞벌이 가구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지적했다. 신혼부부특별공급을 받으려면 맞벌이의 경우 전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세전 592만원ㆍ3인가구 기준) 이하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해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이 세전 3,948만원(월 329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까다로운 수치다.

줄어든 대출한도 역시 보유자산이 적은 30대에겐 치명타다. 시중은행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윤모(39)씨는 “주택 구매계획을 미루고 전세를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은행 대출을 받아 서울에 5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구매하려 했지만 8ㆍ2대책으로 대출한도가 1억원 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각각 60%와 50%였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40%로 낮아졌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전문위원은 “가점제 비율을 조정하는 등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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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 부동산 업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부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 부동산 업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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