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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부동산 투기ㆍ세금탈루 286명 세무조사”

입력
2017.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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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 대책 이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 다 나온 셈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액전세ㆍ청년 집주인도 조사대상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입구의 현판. 홍인기기자
서울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입구의 현판. 홍인기기자

국세청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286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앞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산 이들에 대한 자금출처조사도 이어질 예정이어서, 부동산 관련 탈루에 대한 국세청의 강력한 조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9일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를 한 사람 중 세금 탈루 혐의가 짙은 이들을 대상으로 동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다운계약서(세금을 덜 내기 위해 계약서에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쓰는 것)를 이용한 양도세 탈루자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자녀 등에 주택 취득자금을 편법으로 증여한 사람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중개업자 등 총 286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주택 보유자이거나, 30세 미만에 고가 주택을 취득한 사람 중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경우 등이 이번 조사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뚜렷한 소득원 없이 3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추가 취득한 사례도 있었다. 소득도 없는 27세 취업준비생이 서울 인기지역 분양권을 따내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경우도 있었다.

다운계약서는 시세에 비해 분양권 프리미엄을 훨씬 낮게 신고한 사례 등이 해당된다. 혁신도시에서 본인과 배우자 명의 아파트 분양권을 12회나 팔았으면서도, 양도세를 400만원밖에 내지 않은 경우 등이다.

이 같은 다운계약서 등 탈세ㆍ블법행위를 조장하고,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중개업자도 단속 대상이 된다. 중개소 3곳을 동시에 운영하는 중개업자가 자신의 명의로 아파트ㆍ상가 등을 30건 양도했으면서 3년간 1,000만원의 소득만 신고한 예도 있었다.

특별한 소득도 없이 고액 주택에 입주한 세입자도 조사 대상이다. 서울 강남의 한 단속 사례를 보면, 부동산 임대업자인 시아버지에게 전세자금을 증여받아 대치동의 전세보증금 15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수입차를 보유한 경우가 있었다.

특히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불법행위 혐의자 본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금융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소득 누락 혐의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관련 사업체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국토교통부 등과 협조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3억원 이상의 주택을 산 이들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수집해, 불법증여 등이 있었는지를 검증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세금 부과는 물론 부동산실명법,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관계기관에 통보ㆍ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도소득세 중과, 각종 청약규제, 부동산 대출 조이기 등을 담은 8ㆍ2 대책에 이어 국세청 세무조사 카드까지 동원되면서,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한 보유세 인상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쓸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안정 카드는 사실상 총동원됐다. 청와대가 “부동산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김수현 사회수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여당 일각에서도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향후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보유 세금 중과 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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