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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대기] 율곡고ㆍ광주일고 ‘4강 기적’ 쓴 문용수ㆍ성영재 감독

입력
2017.09.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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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수 율곡고 감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문용수 율곡고 감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이변이 속출하는 봉황대기에서도 율곡고의 4강을 점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율곡고는 지난달 31일 충암고와의 대회 준결승에서 0-7로 패해 결승 진출은 좌절됐다. 하지만 창단 4년 만에 전국대회 첫 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일군 율곡고의 비상은 고교야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 파주에 있는 율곡고는 2013년 창단해 2014년부터 주말리그에 참가했지만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싶었다. 그러다 지난해 제44회 봉황대기 1회전에서 중앙고에 승리하며 전국 무대 본선 첫 승을 기록하더니, 올해에는 주말리그에서부터 선전하며 자력으로 황금사자기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전반기 왕중왕을 가리는 이 대회 32강전에서 김해고에 5-4로 승리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더니 제4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까지 올랐다.

문용수(46) 감독이 창단 사령탑으로 부임한 율곡고는 대부분의 신생팀이 그러하듯 ‘외인부대’였다. 이전 학교에서 실력이 모자라 좌절하고, 기회를 잡지 못해 절망한 선수들이 꿈을 펼치기 위해 전학을 와서 모인 야구부다. 문 감독은 선수들과 첫 대면에서 “아픔은 한 번으로 끝내자. 여기서는 너희들이 최고 선수다. 열심히, 신나게 운동하자”고 당부했다. 희망과 자부심이 생긴 선수들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변해갔다. 끈끈한 팀워크와 조직력 속에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그래서 율곡고 더그아웃은 엄격한 위계질서가 상상되는 고교 운동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시종일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문 감독은 “한번쯤 아픔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라 편하게 대하려 한다”면서 “그런 선수들이 모여 같이 살을 비비고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다져져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도 대학 시절까지 야구를 했지만 선수로 빛을 보지 못해 학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린다. 문 감독은 “스카우트로 우수한 선수가 나올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동문들의 후원이 적극적일 수도 없다”면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을 위해 파주교육청에서 작은 지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성영재 광주일고 감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성영재 광주일고 감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준결승에서 야탑고의 벽을 넘지 못한 광주일고는 설명이 필요 없는 야구 명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부임한 성영재 감독이 아니었다면 4강은 언감생심이었다. 매년 고교야구 우수 선수들의 서울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 명문교들의 전력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성 감독은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입시 위주의 억눌린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다”면서 “선수들에게 입시, 성적 부담 없이 야구는 야구로 즐기자고 말했고, 선수들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고 떠올렸다.

성 감독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야구인이다. 1993년 광주일고와 인하대를 거쳐 신인 드래트트 2차 지명에서 쌍방울에 1순위로 뽑힌 성 감독은 당시 팀 사상 최고액인 8,5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슈퍼 루키 출신이다. 아마추어 시절 ‘특급 잠수함’으로 기대를 모은 성 감독은 해태-KIA-LG를 거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LG에서 스카우트로 일하던 지난해 10월 모교 광주일고의 감독 제의를 받았다. 성 감독은 “고민이 됐지만 언젠가 모교에서 감독을 해 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갔다”면서 “감독으로 있는 동안 명문 재건의 기틀을 다져 놓고 싶다”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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